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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만큼이 사랑이다

장사라 사모 (텍사스 빛과소금의교회)

‘준비 됐나요?’ ‘준비 됐어요’ 어린 시절 유치원에서 날마다 선생님과 주고받던 말이다. 그렇다. 준비된 사람에게는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준비된 사람에게는 스승이 저절로 나타나고 제자들이 따라오며, 준비된 사람에게는 일거리들이 쌓이며, 준비한 만큼 사랑이 찾아온다. 상한 심령들이, 막힌 가슴들이, 묶였던 손발이, 닫혔던 입이 싸매지고 뚫리고 풀려나고 열리는 치유와 회복도 어쩌면 그렇게 준비된 사람들의 몫이리라.

사람들은 대게 어느 순간에 성장하기를 그만두는 것 같다. 키가 어느 날 크는 것을 멈추듯이.... 우리가 그렇게 멍청하고 안일하게 삶을 사는 동안에, 삶은 여리고 성을 지나가시던 예수님처럼 그냥 그렇게 우리 앞을 지나칠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겉사람은 부패해간다 해도 끝까지 날로 새로워져야 하는 것은 우리의 속사람인데 말이다. 우리가 잘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가파르고 힘든 고갯길을 살아내는 일이리라.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이렇게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력한다. 풀과 나무들도 무표정하고 태연해도, 크고 작은 나무들이 겨우내 땅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새봄의 싹을 내기 위해 인내하며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리라.

TV 프로 중에 ‘생활의 달인’이란 프로가 있다. 한 가지 일을 오래하다 보니 그 방면에 달인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중국에 가서 조선족 사모들을 위한 세미나를 인도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한 사모님이 내게 ‘사모님은 사모 짓을 얼마나 했습네까?’ 라고 물었다. 지금 돌아보니 이 짓(?)을 30년이 넘게 했으니 이제쯤은 사모의 달인(?)이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제는 누가 돌을 던져도 실실거리며 맞아주고, 척 하면 삼천리로 성도들의 필요들을 알아서 채워주며, 가는 곳마다 화해를 만들고 상하고 마음이 다친 사람들을 척척 치료해주는... 그래서 누구나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는 후덕한 아줌마의 모습으로 사모의 달인이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아직도 새벽기도 알람소리를 듣고도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자아와의 싸움은 계속되고, 내가 힘드니까 알면서도 모른 척 아픈 대로 놔두는 눈가림의 몸짓들, 심방가야 할 곳을 아침마다 수 없이 적어놓고 하루를 시작해도, 어느덧 하루를 마감할 때 보면 잊고 지나간 일들이 수두룩하고... 입술에는 사랑을 달고 다니면서도 얼굴에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게으름과 거짓, 미움, 화남... 이런 것들로 아직도 꽉 차 있는 나인데... 어쩐지 달인의 모습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것 같다. 사모는 사역을 잘 하고 강의를 잘하는 것보다 내면의 영성과 훈련된 신앙인격을 가질 때 ‘바보’가 된다. ‘바보’란 여러 가지 의미를 붙일 수 있다. ‘바로 보는 사람’ ‘바라보아도 보고 싶은 사람’ ‘바나바처럼 보배로운 사람’ ‘바닷 속의 감춰진 보물들’....

생수와 같이 때에 맞는 말을 하여 영혼의 갈증을 채워주는 사모, 주연이 주연되게 하는 조연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사모, 향유에 담긴 옥합이 깨져야 온 방안이 향기로 가득하듯, 자아가 깨져서 온통 예수의 향기로 진동하는 사모, 늘 한 발 앞서서 남편과 성도들의 필요를 준비하는 사모, 무엇보다 인생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주님 앞에 준비된 자로 서기위해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사모, 행복 표를 아예 예약해놓고 다가올 행복까지 묵상하며 사는 좋은 취미를 가진 사모... 이렇게 준비된 ‘바보’가 되어야 잠언 31장의 현숙한 여인의 삶을 그저 흉내라도 내며 살 수 있을 텐데....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할 일이 쌓여있는 날에도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때가 있다.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비상을 하고 싶을 때이다. 문득 내 나이가 너무 많다고 느껴질 때에라도, 보이지 않는 먼지가 창턱에 쌓이는 것처럼 우리들 마음속에도 마음의 먼지가 쌓여서 진심이 퇴색 되지 않도록, 작지만 좋은 습관들을 계속 만들어 가자.

삶을 조금 더 단순하고 소박하게 만들자. 약속을 덜하고 물건을 좀 적게 사고, TV를 좀 적게 보고 조금만 덜 먹고, 참견과 간섭을 조금 덜 하고... 그 대신 몸을 조금만 더 움직여 산책을 하고, 청소를 하고 물건을 정리하고, 나무를 보고 하늘을 보며, 기도의 시간을 조금만 더 늘려보면서 조급함이 아닌 그리고 건성이 아닌... 그렇게 진한 커피 향처럼 깊게 음미하는 하루를 살자.

우리는 준비된 만큼 줄 수 있고 준비한 만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준비된 사람에게서는 녹슬지 않는 반짝임이 보인다.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 영혼을 위한 준비를 하며 사는 것이리라. 영성은 모든 것을 하나로 관통하는 힘이 있다. 그렇게 그 영성을 향해 내 삶을 공경하며 작품으로 만들어가다 보면 언젠가 내가 감히 기대하지 않는 삶을 만나리라.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사람들이 고마워하는 좋은 이웃이 되어 가리라. changsamo10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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