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중직 목회에 대한 의미와 가치가 새롭게 조명됐다.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목회 흐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중직 목회자와 부교역자, 신학 교수 등이 참여한 토론회에서다. 앞서 이재철 전 100주년기념교회 목사는 “이중직 목회자가 결국 먹고사는 데 더 몰입하게 된다”고 언급하면서 이중직 목회를 둘러싼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중직목회자연대(대표 안준호 목사)는 9일 오후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현직에 있는 이중직 목사와 전도사, 교수 등 19명이 참여했다. 토론에 앞서 홍승표(아펜젤러인우교회) 장준식(미국 실리콘밸리세화교회) 안석(숨쉼교회) 목사가 발제자로 나서 이중직 목회의 역사와 전망 등을 짚었다.
‘한국교회사의 눈으로 본 이중직 목회 운동’이란 주제로 발제한 홍 목사는 캐나다 침례교 파송을 받아 한국에서 사역한 말콤 펜윅(1863~1935) 선교사 등 초기 선교사들이 이중직 목회자였다고 밝혔다. 농부 출신인 펜윅 선교사는 캐나다에서 터득한 현대식 농업 기술을 우리나라에 전수하며 농장을 운영했다. 홍 목사는 “한국 개신교 역사를 살펴보면 초기 선교사들은 한국인과 같이 노동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교회를 개척했다”며 “이런 전통과 역사를 거쳐 지금의 교단들이 탄생했고 성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목회자들은 성직자로서의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직업을 갖고 이를 통해 민중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어울리는 친구이자 일꾼이 돼야 한다는 점을 실천했다”고 덧붙였다.
장 목사는 “현대인은 경쟁이 과열된 삶 속에서 살며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이중직 목회자들은 이 같은 현실을 온몸으로 경험하면서 말씀을 전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진정한 의미의 프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중직이 목회 양상의 변화를 이끄는 ‘게임 체인저’라는 의견도 나왔다. 안 목사는 “하나님 말씀은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 고정돼 있지 않다”며 “이중직 목회는 큰 교회와 높은 연봉으로 종교 권력을 공고히 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믿는 일부의 신화를 깨뜨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직 목회자들의 경험담도 눈길을 끌었다. 카페 운영과 목수 일을 경험한 안준호 참포도나무교회 목사는 “커피를 내리면서 이웃과 친구가 되는 법을 배웠고 목수 일을 하면서 인내하며 기도하는 법을 배웠다”면서 “나의 직업이 목회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예장합동 직전 총회장을 지낸 소강석(새에덴교회) 목사는 이중직을 허용하되 목회의 출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소 목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날 이중직이 새로운 목회 대안이나 출구가 돼선 안 된다”며 “이중직은 목회에 모든 것을 투신한 후 환경과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07.15.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