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충수라는 말은 바둑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다. 자기의 수를 자기가 메워 죽음을 자초하거나 스스로 기회를 없앤다는 말로 축구에서 가끔 벌어지는 자살골과 비슷한 의미일 것이다. 이에 대해 세상에서 회자되는 재미있는 말도 있다. 보수는 분열로 망하고 진보는 자충수로 망한다는 말이 그것이다. 보수는 구심점이 결여되어 중구난방이고 진보는 일사불란하지만 독선의 부메랑을 피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자충수의 시작은 아마도 에덴동산이 아닐까 싶다. 피조물이 창조주처럼 되어보겠다는 헛된 욕망으로 인해 죽음의 선악과를 따먹은 것이 곧 자충수였고 그 삯인 죽음을 절대로 물리칠 수 없는 외통수에 걸린 것이다.
당금의 세계는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초비상이 걸려있다. 중국의 우한에서 시작된 폐렴이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그 공포는 시간이 갈수록 확산되는 중이다. 세계의 패권국가임을 자처하는 미국이 가장 먼저 중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고 방역이나 치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북한은 중국을 오가는 국경을 폐쇄했을 정도다. 그뿐이 아니다. 같은 중국 내에서도 발병거점인 우한과 후베이성 인민들의 유입을 원천봉쇄한다는 명목 하에 도시들이 고립되고 있다.
중국 전역을 드론이 엄중감시하면서 공공장소나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죄인 취급을 하여 십여 일씩 구류를 시키는 어처구니없는 공권력까지 등장했다. 인심과 인격은 이미 전염병의 공포에 매몰되었고 필요시 토지, 시설, 자동차 등의 사유재산을 징발하겠다는 지방정부의 법 개정에 따라 중국공산당에 대한 불만과 불평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발표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와 사망자의 숫자를 믿을 수 없다는 의사와 병원의 불신까지 겹쳐 14억 인민들이 겪는 공포와 원망으로 중국 전역이 들끓고 있다.
이 모든 원인과 결과들이 다 자충수로 드러나고 있다. 감추고 덮고 가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특별히 위기 상황일 때는 잘잘못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 방법이고 지혜다. 이는 개인이나 국가가 다르지 않다.
자충수 중에도 최악은 하나님을 대적하거나 속이는 것이다. 가인은 아벨을 죽여 땅에 묻고는 하나님의 물으심에 시치미를 떼다 죽음보다 더 가혹한 유리하는 자가 되었다. 가나안 땅을 정탐한 뒤 부정적으로 보고한 열 명은 사십 년 동안 사막을 방황하다 모두 죽고 말았다.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자신들의 재산을 팔아 하나님께 드리면서 일부를 감추려는 꼼수를 부리다 죽임을 당했다. 세례 요한을 죽이면 편하고 행복하게 살 것이라 여긴 헤롯 왕은 벌레에게 먹혀 죽었다(행12:24). 이 모두가 다 스스로 자충수를 둔 결과였다.
물질문명이 극도로 발달하다보니 말세의 징조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번역기다. 바벨탑을 쌓는 무리들을 하나님이 보시고 그들이 더 이상 하나님을 대적할 수 없도록 언어를 혼잡케 하셨는데 번역기는 혼잡케 된 언어를 하나로 만들고 있다. 악한 꾀를 이뤄내려는 언어가 통일케 되면 하나님의 진노는 다시 임할 것이다.
자충수를 두는 이유는 결국 욕심 때문이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는 것이 진리이거늘 사람들은 욕심에 눈이 멀어 사망이라는 결과를 망각한다. 톨스토이의 참회록 우화에 사자에 쫓긴 사람이 우물로 뛰어 들었는데 우물 바닥에서 커다란 뱀이 입을 벌리고 있어 밖으로 나갈 수도 밑으로 내려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가 서글픈 인생이라고 소개한다. 우물 벽 틈에서 자란 연약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으면서도 나뭇잎에서 흘러내리는 몇 방울의 꿀을 맛보며 위안을 삼을 때 흰 쥐와 검은 쥐가 그 연약한 나뭇가지마저 갉아먹고 있는 처지가 인생들의 현주소라고 말한다. 흰 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으로 세월이 흐르면 결국 나뭇가지가 꺾여 거기에 위태하게 매달려 있던 사람이 바닥으로 떨어져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인생들의 미래인데 희망의 미래가 아니라 죽음과 저주의 미래를 만든 장본인이 사람이고 그 사람이 둔 수가 죽음의 자충수인 것이다.
인생이라는 바둑판 앞에 앉아 희열의 미소를 머금고 두고 있는 최선, 최상의 수가 자신과 이웃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자충수가 아니길 기도하자. 이것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의 지혜다.
03.07.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