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교회를 위한 기독교 교육 이야기 (39)

한인 교회를 위한 기독교 교육 이야기 (39)

정 신 애 박사 (시카고 트리니티크리스천칼리지 교수)

오늘의 이야기는 보수적 복음적 신앙과 신학에 입각한 우리 한인교회의 기독교 교육은 확실히 복음적인 교육이지만 만일 이것이 복음주의적으로 흘러버린다면 이는 본질을 왜곡시키는 결과임을 피력하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이에 “복음적”이라는 단어와 “복음주의적” 이라는 단어가 각각 그 의미하는 바의 차이가 무엇인지 구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우리 교회들에서 심지어 “복음주의적” 인것이 “복음적”인 것과 동일시되어 이해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인지라 더욱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사실 한국말로 “복음적” 그리고 “복음주의적”이라는 서로 다른 단어는 실제로 한 영어단어인 “evangelical”로 공히 표현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 내에서도 evangelical이란 단어는—물론 때로 대문자 소문자의 차이를 두기는 하지만—양쪽의 의미로 혼용되기도 합니다(그래서 앞서 “복음적”은 “Evangelical/Evangelistic”로 그리고 “복음주의적”은 “Evangeliscalist”로 다르게 표현). 하지만 양자는 명백히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해야 합니다. 영어표현도 “복음적”은 “of gospel(euangelion)”이고 “복음주의적”은 “of Evangelicalism”로서 양자는 엄연히 구분됩니다. 이는 복음과 복음주의가 확연히 다른 개념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해하면 됩니다.

전자는 하나님으로부터 왔으며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우리 인간들에게 주신 것이고 후자는 인간들에게서 나온 인간 지식의 창조물입니다. 양자가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사실과 후자가 아닌 전자가 우리 한인교회 교육의 모습이며 지향이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이 복음주의적으로 흐르는 경우들을 반성하고 또한 재발을 방지하려는 우리 노력의 출발점이라 하겠습니다.

먼저 “복음적”이란 말 그대로 “복음에 입각한”이라는 뜻입니다. 이에 “복음적”이라함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 나라와 그 구원의 은혜에 대한 기쁜 소식(복음)에 입각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행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실천적으로 이는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성경에 근거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행하는” 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이에 복음적 교육이라 함은 성경에 근거해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그 교육을 이해하고 행하는 신앙교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복음주의”라는 이 단어가 한국교회에서도 미국교회에서도 너무나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그리고 모호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사실 “복음주의” 그 자체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복음주의적”이란 것이 “복음적”인 것의 반대를 의미하거나 왜곡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복음주의는 복음을 강조하고자 하는 선한 신앙의 표현이 사상과 조류의 형태로 기독교역사 속에서 발현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복음주의”가 이해되어온 방식에 있다는 것입니다. 즉 잘못 이해된 “복음주의”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입각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행하면서 이를 “복음주의적”이라고 믿고 주장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복음주의 실체를 모른 채 “복음주의적”이라는 이름을 걸고 교육을 행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복음주의적 교육은 복음적인 교육의 본질을 흐리고 퇴색시켜 왔으며 이것이 바로 우리 한인교회교육을 담당하는 우리 사역자들이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잘 이해된 복음주의”는 무엇이며 “잘못 이해된” 복음주의는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잘 이해된 복음주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독교 사상사적으로 엄밀하게 본다면 복음주의는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회 전체를 칭하던 용어였습니다. 그러다가 18세기 이후 유럽에서 인간의 이성을 강조하는 철학이 강세를 띠면서 자유주의신학이 등장했는데, 그 반대급부로 개신교 복음주의 정신을 이어 나가려는 신학조류가 생기면서 이를 또한 복음주의라고 칭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조는 18세기 이후 하나님과 그 백성의 관계를 새롭게 하려는 개혁주의자들(Reformed Theologians and Ministers)에 의해 일어난 대각성 운동을 통해 그 영향력이 매우 커지게 되었습니다. 이 새롭게 등장한 복음주의를 16세기 전체 개신교회를 칭하던 개혁주의적 정통 복음주의와 구별해 학술적으로는 신복음주의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 조류는 이후 다시 급진파와 온건파로 나뉘었는데, 전자는 근본주의로 불리게 되었고 후자는 신복음주의로 불리다가 나중에는 그냥 복음주의로 칭해져왔습니다. 이에 정확한 의미에서 볼 때 잘 이해된 복음주의라는 것은 바로 18세기 이후 대각성 운동을 통해 두드러지게 그 의미를 발현한 정통적이고 복음적인 신앙사조로서 회심, 구원, 성경, 전도 및 선교, 그리고 사회 정의 등에 그 초점을 두고 있으며, 근본주의와는 엄격하게 구별돼야 할 신학적 조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잘 이해된 복음주의에 입각한 교육을 복음주의적 교육이라고 한다면 이는 오히려 복음적인 교육의 좋은 실례가 되며, 복음적 교육의 “왜곡”이라거나 그 의미의 “퇴색”이라고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한국교회와 그 영향을 받은 한인교회가 종종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근본주의”를 “복음주의”로 잘못 이해하거나 양자를 혼동하는 우를 범해왔다는데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근본주의적인 것을 복음주의적인 것으로, 그리고 이를 다시 복음적인 것으로 이해하면서 급기야 근본주의적인 것을 복음적인 것으로 오해하며 이를 그 교육에까지 적용시켜 오는 오류를 왕왕 범해오고 있다는데 있다는 것입니다.

근본주의는 성경의 축자영감설에 기반하며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고, 급진적이며 일회적인 회심과 개인 구원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신학적 조류입니다. 이는 복음주의와는 다르게 성경의 무한한 가치와 의미와 능력을 제한하고, 반이성적이고 반지성적인 약점들을 노출하여 지성적 대화와 학문적 성장을 저해하고 있으며, 진정한 회심과 구원의 의미를 축소시켜 전도와 선교조차 억압적인 행태를 띠기도 하며, 또한 사회의 문제들에 무관심하고 사회참여가 마치 복음의 반대선상에 있는 것인 양 이해하는 사조입니다. 우리 한인교회의 복음적 교육은 이러한 근본주의적인 것이 아니며 또한 아니어야 합니다. 우리 사역자들은 더욱 더 세심하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영적인 분별력을 발휘하여 참된 “복음적(정확하고 진실한 의미의 복음주의적)”인 교육이 무엇인지 깨닫고 점검하여 그 사역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