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 육 칼 럼 :교육환경을 설정하라

교 육 칼 럼 :교육환경을 설정하라

송규식 목사 | 그레이스웨이브교회

‘맹모삼천(孟母三遷)’이나 ‘큰 바위 얼굴’이 의미하듯이 자녀교육에 있어 교육환경은 자녀의 생활습관이나 태도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이상과 성품이 형성되기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자녀교육을 위해 미국에 왔다고 하는 부모들, 특히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위해 교회를 선택한 부모들에게 저는 묻고 싶습니다. 과연 교회가 자녀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는가 말입니다.

자녀들이 부모를 따라 10년, 15년, 20년씩 다녔던 교회를 쉽게 떠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교회를 부모의 교회로만 인정할 뿐 자신의 교회라고 여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주인의식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교육환경이나 문화는 마치 옷과 같아서 자기에게 편하지 않고 잘 맞지 않으면 불편하기 때문에 기회만 있으면 벗어버리고 싶어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My Car’가 생기거나 멀리 대학을 가게 되면 아주 시원하게 벗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가 주일학교 다닐 때나, 우리가 주일학교 다닐 때나 우리 자녀들이 주일학교를 다니고 있는 지금이나 주일학교 풍속도는 교육환경면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교육담당 교역자와 교사들 그리고 함께 모여서 찬양을 부르고 예배하고 흩어져 공부하는 분반공부방이 전부입니다. 유치부나 어린 아이들을 위한 낮은 의자와 책상을 구비해 준 것이 고작입니다. 어른들은 예배당에 앉아서 듣기만 하면 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움직여야 합니다. 즉 학습활동에 필요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미국교회들도 심각할 정도로 다음 세대들이 교회를 떠나버렸지만 그 중에도 아직 살아 있는 몇몇 교회들 중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Willow Creek Church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영향력을 끼치던 1990년대에 많은 한인 목회자들이 그 교회를 찾아 배우고자 하였습니다. 저도 그 교회를 대상으로 연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목사들은 그 교회가 하고 있는 ‘구도자 예배’와 ‘예배형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리하여 그 교회 세미나를 다녀온 목사들 중에는 많은 교회가 성가대도 폐지하고 찬양팀만 세우고 드라마를 예배에 투입하는 등 형식을 모방하였습니다. 그러나 Willow Creek Church의 목회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하여 많은 교회들이 지속하지 못하고 구입했던 많은 장비들을 서울 청계천에 내다 팔아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것들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Willow Creek Church의 힘은 ‘구도자예배’에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마치 나무의 꽃과 같은 것이었고 정작 그 교회의 뿌리와 줄기는 교육에 있었습니다. 특별히 자녀교육에 있어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 아주 많았습니다.

각 학년이 채플을 따로 가지고 있었는데 유년주일학교나 유치부 예배실에는 의자가 없었습니다. 깨끗하게 깔려진 카펫 위에 한 중앙에 무대가 있고 3단으로 된 원형 무대 위에는 찬양 리더 그룹이 율동하면서 찬양을 리드했습니다. 3개월에 한 번씩 찬양팀을 교체하는데 찬양팀 중에 한 아이도 앞 사람에게 가려져 나타나지 않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바닥에 앉거나 엎드리거나 누워 있던 아이들이 찬양이 시작하자 모두가 일어나 율동을 따라하며 뛰기도 하고 참 즐겁게 찬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한 쪽 벽면의 무대가 열리면서 미리 준비된 그날의 주제 스킷으로 모든 어린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어 설교자의 메시지를 경청하고 바로 이어 옆방 문이 열리면서 미술방으로 아이들을 모두 안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날의 메시지를 통해 받은 감동과 은혜를 그림으로 표현하게 한 것입니다. 그 방에는 책상과 그림도구 등이 아주 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사운드를 담당한 사람이나 진행하는 사람이 교사들이 아니라 주일학교 학생들이 그 사역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점은 교육환경 설정이 어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교육은 특별한 몇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철학의 큰 획인 보편성에 바탕을 두고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모두가 다 혜택을 받도록 디자인했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은 교회학교를 정말 재미있고 행복해 하고 있었습니다. 그 교회는 바로 그들의 교회였습니다.

또 한 미국교회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얼바인에 워너처치가 있습니다. 그 교회에는 잔디밭 여기저기에 유난히 농구대가 많이 서 있습니다. 높이도 다양하고 주변에는 농구공들이 놓여 있습니다. 교육부 부서별로 유치부, 유년부, 초등부, 중등부 등 그들의 키 높이에 맞는 농구대에 아이들이 오가며 공 몇 개씩 넣고 지나가는 것이 바로 그들의 생활입니다.

미국에서 어린 자녀들이 자랄 때, 농구를 안 해본 아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집집마다 농구대를 차고 위에나 뜰에 세워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삶의 현장이요, 집처럼 친근하고 애착이 가도록 교회학교 주변 환경을 설정한 사례입니다. 또한 유년부 건물 입구에는 푸른 바다 위에 커다란 고래가 입을 벌리고 있고 그 입을 통과 할 때, 고래 배 속에는 ‘요나’가 들어 있고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나오고 메시지가 들립니다. 마치 동화의 나라 같은 설정입니다. 어른들이 볼 때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아이들에게는 많은 상상력을 동원하게 해 줍니다. 또한 새들백교회는 교육관이 훌륭한 건물로서만이 유명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이에 따라 그들의 관심사에 맞추어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데 식물은 물론 다양한 곤충류, 파충류, 동물 등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신체도 부분적으로 고민하고 좋아하는 대상이 바뀌는데 언제는 곤충류가 언제는 파충류가 언제는 동물들이, 또한 사람도 부모가 좋아하는 대상이 되었다가 언제는 친구가 언제는 이성이 좋아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렇듯이 교육심리학적으로나 신체 발달심리학적으로 교육환경을 고려하고 설정해준다는 것은 참으로 교육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니까 자녀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그들의 연령에 따라 그들이 보고 만지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들의 삶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러는 왜 교회가 아이들에게 성경이나 가르치면 되는 것이지 그런 것들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 라고 반문하시겠지만 우리가 겪어온 어린 시절과는 달리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교회가 지루하고 재미없고 불편한 곳으로 인식되어 자꾸만 떠나 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탕 속에 복음을 넣어 그들이 즐겁게 수용하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알맹이가 껍데기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껍데기가 없이 알맹이가 생기지 않습니다. 우리가 날마다 먹는 쌀도 껍질을 먹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단단한 껍질이 먼저 형성되지 않으면 그 안에 쌀알은 생기지 않습니다. 완전히 결실한 다음에는 껍질을 버리고 알맹이를 취합니다. 그렇듯이 교육환경이나 문화는 편하게 입고 버리는 것이지만 그 안에 건강한 신앙인을 길러내야 합니다. 바로 다음 세대를 훌륭한 그리스도인으로, 하나님께서 쓰실 우리 보다 훌륭한 크리스천 리더들로 세워가야 합니다.

진실로 다음 세대가 우리 교회와 부모의 신앙을 계승해가기 위해서는 교육환경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창의적인 설정이 절실히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