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엔

초대시 | 감사절

이 가을엔 이런 노래를 부르게 하소서

한 해의 소망이 여문 뒤

그 열매 한 바구니 가득 채워

동네를 돌며 나누고

기쁨에 찬 노래를 합창케 하소서

 

합창하는 무리 속에 어울려

뜨겁던 태양

거칠던 바람도 기억하며

목 타던 가뭄 끝에

내리시던 빗줄기

축복의 눈물로 쏟게 하소서

 

넓은 들에 가득한 곡식

나무마다 곱게 영근 열매

가렸던 푸른 치마 벗어 내리고

온 몸으로 하늘을 두르고 선

그림을 주신 하나님 앞에

감사의 잔을 바치게 하소서

 

이윽고 그 푸르던 하늘 내려 앉고

빈 들에 어둠이 쌓일 때

낙엽을 밟고 서서

축복과 감사보다 늦은

회개의 깨달음 고하며

엎드려 기도하게 하소서

 

흰 눈 내린 새벽길

하얀 융단을 밟고

종소리 울리는 교회로

발길 옮기는 꿈 있게 하소서

 

[필자소개] △Skokie Creative Writer Association 영시 등단 △‘창조문학’ 시 등단, 한국문협 및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대한민국문학대상 수상 등 다수 △시집 “문 앞에서” “나 그리고 너” “The River”(영) “엄마되어 엄마에게” “아버지 집은 따뜻했네”

11.24.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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