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선교지는 긴 여름방학을 끝내고 새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목요일(6월 2일) 오후에 여기 잠보앙가 지역에 잘 도착하였습니다. 두 달 동안 집을 비워 놓아 집에 먼지가 많아 청소를 다시 하였고 이불은 모두 세탁기로 빨았습니다. 다행히 날씨가 너무 더워 빨래는 잘 말랐습니다.
필리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온몸에 땀이 나면서 다시 선교지로 돌아왔다는 실감을 하였습니다. 9년 만에 안식년을 하였습니다. 1년이 아닌 두 달만 하여 웬지 돌아오기 며칠 전부터는 마음이 좀 서운하여 밤잠을 설쳤습니다.
외진 곳에 16년간 있다 보니 후원도 많이 끊어졌고, 알고 지내는 지인들도 연락 두절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있으면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물어보고 수첩에 꼼꼼히 적어 두었습니다. 왜냐면 선교지에 돌아가서도 다시 연락하려고요.
이번에 두 달 동안 한국에 있으면서 20여 교회를 열심히 방문하여 선교보고를 하였습니다. 10군데는 선교비를 조금씩이라도 보내주시는 교회였고, 나머지 10군데는 처음 가는 교회였거나 낯선 교회였습니다.
한국에 가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선교지로 돌아갈 날짜는 다가오는데 후원금은 채우지 못해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저희 파송교회가 너무 어려워져 담임 목사님도 월급을 많이 못 받고 있다고 들었고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할 것이 없음에 참으로 마음이 무거웠지만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하루하루 다가옴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떠나오기 전에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이제가면 또 언제 나오냐고?” 정말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9년만에 한국에 나갔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경비가 전혀 없어 고민하고 기도하던 참에 한국의 가족들이 돈을 모아 보내주는 바람에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의 교회들이 어려워지다보니 파송교회도 제대로 후원을 못한지 2년이 되었고, 협력 교회들도 힘들어하여 제가 넉넉하면 오히려 제가 도와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선교지에 돌아온 지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다시 아침이 되면 림빠빠 마을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는데 갔다왔다 하는데 왕복 4시간이 소요됩니다. 다시 림빠빠 마을 학교의 기숙사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시내의 목재소에서 나무를 많이 사서 림빠빠 마을로 가서 일꾼들에게 작업을 지시하였습니다. 저희 집 차는 선교지로 떠나기 이틀 전에 고장이 났고, 선교지에 돌아오자마자 차를 정비소에 맡겼는데 비용이 많이 나왔고 오늘까지 다 못 고쳤습니다. 한국 같으면 당일에 충분히 고칠 수 있지만 여긴 한국과 40년 정도 수준 차이가 나기에 기다리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반가운 마음에 사진 먼저 찍었습니다. 선교지는 간혹 외롭고 힘이 들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가야 하기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그 길을 묵묵히 가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서남단 잠보앙가 지역에서 오정윤 선교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