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3주간 총기난사 벌써 38건, “2023년의 미국 현 주소”

BBC/CNN, 미 총기문화 세계서 유일무이, 치명적 폭력의 악순환 단초

지난 달 23일 하프문베이 지역 공장 2곳에서 사건이 발생하며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한데 이어 이후 몇 시간 뒤 조금 떨어진 오클랜드의 어느 주유소에서도 어느 괴한이 난사한 총에 7명이 다치고 1명이 사망했다.

이보다 앞서 음력설 전날 밤이었던 21일엔 로스앤젤레스 인근 몬테레이 파크의 어느 댄스교습소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에서 이러한 사건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제대로 느낀 것이다.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미국 내 총기 관련 사망 및 부상자 수를 공개적으로 집계하는 비영리 단체 '총기 폭력 아카이브'는 총격범을 제외하고 4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사건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의에 따라 올해 초에만 미국에서 40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는 1월 기준 사상 최다 횟수다.

지난해의 34건이 기존 최다 횟수였으며, 2014년부터 2022년까지 1월 한 달 기준 총기 난사 사건 발생 횟수는 평균 25건이었다.

이렇게 사건이 급증하자 미국에선 익숙하면서 매우 정치화된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바로 총기 소유권 및 관련 규제에 관한 담론이다.

또한 왜 이토록 총기 난사 사건이 잦아지는지 그 이유를 묻는 이들도 있다(Why number of US mass shootings has risen sharply).

 

더욱 잦아진 모든 유형의 총기 폭력

 

데이터를 살펴보면 살인에서 자살, 총기 난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형의 총기 폭력 사건이 미국에서 대부분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일례로, 2019년 기준 미국 내 총기 관련 사망자는 3만3599명이었는데, 2022년엔 31% 증가해 4만4290명이 사망했다.

사망 원인 대부분은 총기에 의한 자살이었으며, 살인이 그 뒤를 이었다.

총기 난사 사고는 대중의 관심을 끌며 경각심을 일으키긴 하지만, 사실 총기 관련 사망 원인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 2020년 기준 총기 난사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 총기 사망자의 1.1%였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총기 난사 사고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사망자가 많았던 총기 난사 사건 10건 중 9건이 2007년 이후 발생했다.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은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에 정확한 급증 원인을 규명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설명할만한 몇 가지 요인을 찾아볼 수 있다.

 

총기 소유 증가

 

그중 하나로 총기 소유 증가를 꼽아볼 수 있다. 미국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현재 더 많은 총을 소지하고 있다. 2020년 미국에선 2300만 정이 팔려나갔는데, 이는 1년 전인 2019년에 비해 65% 증가한 수치다. 이후 2021년에도 수치는 비슷했다.

2020년 3월 이뤄진 첫 번째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따른 소요 사태, 2021년 1월 미국 의사당 점거 사태 등 여러 불확실성으로 가득했던 상황 속 미 연방수사국(FBI)의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 조사 건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컸다.

'존스 홉킨스 총기 폭력 해결 센터'의 공동 책임자 조쉬 호비츠는 총기 판매 증가가 "총이 특히 불확실한 시기에 나를 안전하게 지켜준다는 생각"과 연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주유소, 댄스교습소, 나이트클럽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총기 폭력이 증가하면서 일부 사람들은 더욱 총기를 소지하고 싶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즉 공포가 부채질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총기 구입을 통해 두려움을 가라앉히고 싶어한다"는 설명이다.

 

개인적 스트레스, 법, 사회적 경향 등

 

일부 전문가는 사회 전반적으로 스트레스가 증가한 점을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 직업 안정성의 문제, 가족 및 주변인들과의 관계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록펠러 정부 연구소' 소속 '지역별 총기 폭력 연구 컨소시엄'의 재클린 실드크라우트 임시 전무이사는 이러한 스트레스 요소가 일부 사람들에겐 "폭력적인 반응 및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비밀임무국'의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사건 173건을 조사한 결과 그 중 약 4분의 3이 총기로 인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지난 24일 발표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자의 93%가 공격 감행 전 이혼, 건강상의 문제, 학교나 직장에서의 문제 등 개인적인 문제를 겪고 있었으며, 2016~2020년 발생한 사건의 가해자 10%는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실드크라우트 이사는 또한 ''해로운 남성성' 담론 또한 고려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거의 모든(약 98%) 총기 난사범은 남성이었다.

실드크라우트는 이사는 "만약 총기 폭력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고 싶다면, 왜 사람들이 애초에 총을 들어 피해 대상이 누군지 상관없이 해를 끼치게 되는지 이해하는 지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내 총기 구매자에 관한 법 또한 문제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는 전국에서 총기 규제가 가장 엄격한 주 중 하나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호비츠는 현재 연방법상 총기 박람회나 온라인 판매 등 사적인 총기 판매 시 신원 조사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한 총기 보관이 총기 사망자 수 감소로 이어진다는 연구가 있음에도 일부 주에선 안전한 보관에 대한 법체계가 느슨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미국에선 가능하고, 외국엔 비교적 불가능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미국에선 총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02.0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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