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죽음, 우리 생명과 부활의 약속!

예수님의 죽음, 우리 생명과 부활의 약속!

“오! 하나님! 죽어서 당신의 그 아름다운 얼굴을 마주 대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어떤 고통도 달게 받겠습니다. 죽음도 서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성 어거스틴). “주님의 고난은 현세 생활의 수고와 고통과 운명을 가리킵니다만 주님의 부활과 그 영광은 우리가 받을 영원한 생명을 가리킵니다”(성 어거스틴). “부활은 선의 승리, 사랑의 승리다”(성 어거스틴).

갑작스레 시작된 격리, 격변, 상실, 그리고 질병이 2년을 지나면서 우리는 함께 슬퍼한다. 죽음은 현실이고 슬픔은 고통스러웠고 우리의 격리는 끝나지 않을 거라 느꼈다. 우리는 총기 난사, 인종 차별 테러 등을 계속 경험하면서 예수님이 돌아가신 절망의 성금요일을 경험한다. 그리고 성토요일에도 이렇게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 아닌지 절망한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죽음과 고통이 우리의 적이지만 부활주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희망하며 고대한다. 드디어 승리와 생명이 다가온다!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로 세상의 역사를 바꾼 고난주간을 묵상과 말씀에 더 집중해서 코로나19 유행병으로 인한 엄청난 고난과 삶속에서 꿀맛 같은 희망을 만끽해야한다.

 

기독교는 예수의 고난과 부활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종교다. 예수는 앞으로 다가올 고난을 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했지만 십자가의 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즉, 고난이란 구원에 앞서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하는 무엇이다. 

기독교적 자기반성은 성경에 나타난 온갖 고난들, 즉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노예생활부터 예수의 죽음에 이르는 이 수난의 역사가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고 믿는 뿌리 깊은 전통을 뜻한다. 결국 "자기의 발견이란 곧 고난 받는 자기의 발견"이 된다. 

그래서 교회 전통은 사순절 기간 가운데 절정인 마지막 주간을 ‘고난주간’이라 부르며 지켜왔다.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고난주간에 관한 종교음악을 만들었다. 특히 바로크 시대(17-18세기)에 많은 수난곡(Passion Music)이 만들어졌다. 마태수난곡, 누가수난곡, 마가수난곡, 요한수난곡 등. 

수난곡은 ‘패션’(Passion)이라고 한다. ‘열정’이라는 뜻도 있지만 여기서는 ‘고난’이라는 말이다. 바흐(J. S. Bach)의 마태수난곡 가운데 일부를 H. L. Hassler가 1601년에 클레르보의 성 버나드(St. Bernard of Clairvaux)의 가사를 붙여 만든 것이 찬송가 145장 “오 거룩하신 주님”이다. 우리가 즐겨 부르는 익숙한 찬송이다. 고난주간이 만들어준 좋은 기독교 문화다. 

전통적으로 고난주간의 클라이맥스는 단연 파스카 트리두움(Pascha Triduum)이다. 트리두움은 ‘3일’이란 뜻으로, 고난주간의 마지막 3일인 목, 금, 토요일을 의미하며, ‘거룩한 3일(Holy Triduum)’이라고도 불린다.

 

‘거룩한 3일(Holy Triduum)’

 

첫 번째 날인 목요일은 영어로는 ‘Maundy Thursday’라고 불리는데, 우리말로는 흔히 ‘세족 목요일’이라고 번역되고 있지만 실제로 Maundy라는 단어는 mandatum이라는 라틴어에서 왔기 때문에 세족의 목요일보다는 ‘맹세의 목요일’ 혹은 ‘계약의 목요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날은 당연히 예수님이 잡히시기 전 날을 뜻한다. 우리가 성찬을 나눌 때마다 “예수님이 잡히시기 전날”이라는 말로 성찬을 소개한다. 즉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드시며 성찬을 가르쳐 주신 날도 이 목요일이다.

 또한 ‘세족(洗足)’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며 몸소 겸손의 미덕을 가르치신 것도 이 날에 행해졌다. 그리고 새로운 계명도 주셨다. 요한복음 13장에 보면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명령이 나온다. 이것은 크리스천들은 그동안 지켜왔던 모세율법이 아니라 하나님의 새로운 계명인 “서로 사랑하라”는 명령을 지키라는 의미다. 

두 번째 날인 금요일은 영어로 ‘Good Friday’라고 불리며, 우리말로는 ‘성금요일’이다. 고난주간의 하이라이트이자, 교회절기 중에 가장 거룩하고 엄숙한 날이다. 예수님이 고초를 당하시고 십자가에 돌아가신 날이다. 

아무리 금식을 안 하는 사람들에게도 교회에서는 이 날만큼은 금식을 권유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날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먹지도 못하고 마시지도 못한 채로 무력하게 고통을 겪은 날이기 때문이다. 

대개 성금요일 예배를 드릴 때면 모든 데코레이션을 없애는 것이 전통이다. 교회 뒷벽에 걸어 둔 배너도 내리고, 제단에 놓인 십자가나 촛대도 없앤다. 1년 중 가장 경건하고 금욕적인 시간으로 보내자는 의미다. 

굳이 시간을 따지면 예수님은 이날 새벽에 겟세마네 기도를 하시고 난 후 잡히셨고 아침 일찍 재판을 받아 오전 9시에 십자가에 매달리셨고 6시간 동안 고통 받다가 오후 3시에 “다 이루었다”는 말과 함께 돌아가신다.

세 번째 날인 토요일은 영어로 ‘Holy Saturday’라고 불리며 우리말로는 ‘거룩한 토요일’로 번역된다. 이 날은 예수님의 생애에서 가장 특별한 날이다. 돌아가신 후 죽은 자들과 온 하루를 함께 있었던 날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육신은 전날인 금요일에는 고초를 겪고 돌아가셨고 다음날인 주일에는 다시 부활하셨지만 토요일만큼은 온전히 온 하루를 생명 없이 보내셨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토요일도 성금요일처럼 예수님의 죽음을 묵상하며 경건하게 하루를 보낼 것을 권면한다. 

하지만 다음날인 부활절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토요일은 무척 바쁘고 분주한 날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미국교회는 종종 사순절의 경건과 금욕의 시간을 금요일까지로 마감하고 토요일은 웃고 즐기며 다음날 부활절을 준비한다.

앞서 인용한 성 어거스틴의 고백처럼 우리가 매년 예수님의 죽음을 기리고 묵상하는 이유는 다른 이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다. 다른 이들의 죽음은 우리에게 추억과 교훈만을 남기지만 예수님의 죽음은 그 자체로 우리의 생명과 부활의 약속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년 지키는 교회절기 중에 가장 거룩한 시간이 고난주간 특히 ‘거룩한 3일’동안 이뤄진다. 영국 시인 로렌스 하우스먼은 이 거룩한 시간 속에 무엇을 묵상하며 보내야 하는가를 일찍이 간단한 문장으로 우리에게 인도한다: 

◾주께서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주께서 십자가를 지셨습니다./나는 무엇을 져야 하겠습니까?

주께서 가시면류관을 쓰셨습니다./나는 무엇을 써야 하겠습니까?

주께서 나를 돌보셨습니다./나는 누구를 돌보아야 하겠습니까?

주께서 죽임을 당하셨습니다./내가 감히 무엇을 더할 수 있겠습니까?

04.09.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