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임신을 한 뒤 가정과 유관기관의 보호를 받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위기임신청소년’의 실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정기적 실태조사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 복지 프레임의 전환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12일 국제구호단체인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에서 ‘위기임신청소년의 실태와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고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임신청소년들에 대한 지원방안을 모색했다. 위기임신청소년은 갑작스러운 임신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출산 및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24세 이하 임산부를 말한다. 현재 국내에 위기임신청소년은 수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럼에서 제시된 실태조사에 따르면 위기임신청소년의 주요 위기 요인은 불안정한 가정 환경이었다. 가정에서 임신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가족과의 연대가 끊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실제로 위기임신청소년이 가정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경험은 일반 청소년들(80%)에 비해 훨씬 낮은 30%대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59.8%), 심리적 부담(58.7%) 등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임신청소년들은 출산 및 양육을 지원받기 위해 방문하는 주요 기관들에서도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기임신청소년들은 학교(66.7%), 의료기관(38.3%), 시군구청(31.7%), 주민센터(30%) 순으로 자신들에게 친화적이지 못하다고 밝혔다.
위기임신청소년들을 구제하기 위해선 담당 기관들의 정기적인 실태조사가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적절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청소년들이 많기 때문에 이 같은 조사는 필수적인 상황이다. 해당 청소년들을 발굴하기 위해 청소년들의 이용빈도가 높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하거나 언제든 전화 상담이 가능한 24시간 핫라인 네트워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청소년 지원담당 공무원들의 인식개선 교육 및 협력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하다. 이날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한승희 트리플라잇 연구원은 “주민센터 및 구청 등은 위기임신청소년이 찾게 되는 1차적 공공서비스 기관이므로 담당인력의 전문성과 믿고 의지할 만한 어른으로서의 역할 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임신청소년에 대한 복지 프레임의 전환도 요구된다. 취약계층 지원에서 성장계층 지원으로의 전환이다. 강영실 애란원 원장은 “사회 구성원들이 청소년기의 임신을 문제있는 행위로 보는 낙인효과 경향성이 있다”며 “청소년 한부모 지원정책 프레임을 취약계층 지원이 아닌 사회초년생 청년의 자립을 돕는 성장계층 지원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03.16.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