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가 코로나19 중 정체가 밝혀진 기존 위장 시설을 폐쇄한 뒤 또 다른 위장 시설을 교묘히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꼬리 자르기 후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는 셈이다. 이단 전문가들은 모략 포교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교회와 교인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이단상담소(이단상담소·소장 탁지일 교수)는 26일 부산 수영구 수영로교회 선교센터 엘레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이단상담소가 발표한 ‘2024년 부산지역 신천지 거점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천지는 부산의 신천지 본부와 미혹 장소, 위장교회·문화센터 46곳 중 80%에 달하는 37곳을 정리했지만 13곳을 새롭게 마련하면서 모략 포교는 유지하고 있다.
조하나 이단상담소 실장은 “현재 부산성시화이단상담소에서 파악한 신천지 위장교회 등은 모두 22곳”이라며 “물론 이보다 더 많을 수 있지만 신천지가 80%를 없앤 뒤 새로운 장소 13개를 마련한 것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감춘 채 진행하던 모략 포교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근거”라고 밝혔다. 조 실장은 신천지의 위장 시설 수가 줄어든 이유로 코로나19 이후 각종 시설이 드러나면서 예전만큼 포교 대상자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또 ‘신천지 인터넷시온선교센터’에서 온라인 교육을 이용해 비대면 포교를 시작한 뒤 물리적 공간을 축소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탁지일 소장은 신천지의 이 같은 거점 변화가 부산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고 봤다. 탁 소장은 “신천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대구 신천지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국 거점 시설을 공개한 것에 따른 결과로 위장과 거짓말을 기반으로 한 소위 신천지의 모략 포교를 기존 시설에서 진행하기 어려워지다 보니 새 시설을 찾는 것이지 포교 축소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포스트 이만희’로 발생할 내부 갈등과 지도력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위기감에 변신을 요구받고 있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신입 신도와 기존 신도의 소속감을 강화하고 조직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 새로운 거점을 기반으로 한 공개적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도 보이는데 온·오프라인에서 이를 노출시키고 공유해야 교회와 사회의 피해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성시화이단상담소는 지금까지 파악된 신천지 시설을 새롭게 정리해 지역의 1800여곳 교회에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오는 4월에는 부산의 각 대학 캠퍼스 사역자를 중심으로 한 ‘이단 예방 대책 세미나’도 연다.
03.02.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