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배경한부모가족상담소는 비영리단체 '좋은학교만들기학부모모임'(조학모)의 부설 사회복지기관이다. 2009년 출범한 조학모는 초기 일반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 활동을 진행했지만, 평일에는 생업으로 바쁜 취약계층 학부모를 위해 야간과 주말 상담 교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후 더 낮은 곳으로 시선이 머물면서 이주 배경을 가진 한 부모 가족과 북한 이탈(이하 탈북) 청년 자립에 힘쓰기 시작했고, 2012년 이들을 위한 전문 복지 기관을 세웠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시작해서 다음 사람의 터가 돼 주자"는 마음으로 2009년 조학모를 맡은 서인숙(56·여의도순복음교회) 대표가 2012년 자연스럽게 이주배경한부모가족상담소 센터장 역할도 맡게 됐다. 자비량으로 활동 하고 있는 서 대표를 지난 21일 서울 양천센터에서 만났다.
서 대표는 2007년 어느 날 갑자기 허리 통증으로 전혀 몸을 못 움직이게 됐다. 수술을 위해 대학병원에 연락하니 3일 후 입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꼼짝없이 누워 있을 수밖에 없어서 식음을 전폐했다. 3일째 되는 날 간절함으로 가족과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갑자기 ‘붙박이장 손잡이에 끈만 있으면 붙잡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야기를 들은 가족이 머리 끈을 붙박이장 손잡이에 달아줬고, 그 끈을 붙잡고 기적같이 일어났다. 그 후 지금까지 허리가 조금도 아프지 않다는 서 대표는 “그때만 생각하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며 “내가 잡고 일어섰던 끈처럼, 나도 탈북 주민들에게 ‘희망의 동아줄’이 돼 주고 싶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이 정부와 지자체 지원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주배경한부모가족상담소는 지금까지 정부지원금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재정자립도 100%로 서울에 3곳의 센터와 경기도 양평에 교육연수원을 운영하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상담 및 교육, 자립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평일 주말, 출퇴근 구분도 없이 센터와 연수원을 오가는 서 대표의 열정에 감동한 봉사자들의 자발적인 재정 지원과 재능기부이다.
현재 센터가 집중하고 있는 사역은 20대~30대 초반의 탈북 청년들에 대한 교육지원사업으로, 통일부나 각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탈북 주민 정착지원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북한에서 고등학교 졸업 학력자들은 한국의 교육체계에 편입할 기회가 없어 혼자 대학 입학을 준비하고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들을 돕기 위해 센터에서는 2021년부터 ‘매력시민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매력시민아카데미는 탈북 대학생 20명, 한국 대학생 4명 총 24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물 경제교육을 포함한 음악, 미술, 역사 등을 월 2회 총 12개월 과정으로 강의한다. 특별히 강의를 수료한 탈북 대학생에게는 실물 경제를 체험할 수 있도록 1인당 1000만원의 ‘시드머니’를 지급하고 있다.
10.07.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