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숙(74)씨는 휴대전화 판매장을 수시로 찾는 ‘단골’이었다. 스마트폰을 자주 바꿔서 단골이 된 건 아니었다. 스마트폰을 쓰다가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매장으로 향했다. 박씨는 “자녀들은 일하느라 바쁘고 중3 손주는 가르쳐 달라고 하면 툴툴거려 눈치가 보였다”고 했다.
어르신들에게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은 낯설기 마련이다. 이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교회가 있다.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 한소망교회(류영모 목사)에서는 시니어를 위한 디지털 교육과정인 ‘스마트 시니어’가 진행됐다. 교회는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3주 동안 매주 한 차례 화면 캡처 같은 스마트폰 기본 기능을 비롯해 모바일 장보기, 카카오톡·키오스크 사용법까지 가르쳐준다. 이날 프로그램엔 25여명이 참석했고 2040세대 10명이 멘토로 나섰다.
이날 만난 박씨는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손을 번쩍 들어 멘토를 불렀다. 스마트폰 활용법을 배우고 싶어 교회에 처음 온 남씨도 궁금한 게 많아 보였다. 멘토들은 수강생 옆에 찰싹 붙어 일일이 조작법을 가르쳐줬다. 재수강생인 박씨는 “가족도 똑같은 질문을 서너 번 하면 귀찮아하는데 이곳 사람들은 항상 친절히 답해줘서 좋다”며 반색했다.
스마트 기기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교회는 또 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만나교회(김병삼 목사)도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활용법을 알려준다. 교회는 반을 둘로 나눠 다음 달부터 수강생을 모집한다. 교회 앱과 줌(Zoom)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반과 일상 생활에서 활용하는 메신저·은행 앱, 키오스크 사용법 등을 교육하는 반이 있다.
고령층은 대표적인 정보 취약 계층으로 꼽힌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2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고령층은 정보 취약 4대 계층(장애인 고령층 저소득층 농어민) 가운데에서도 뒤처져 있다. 디지털 정보화 역량 수준(PC·모바일기기 이용 능력)에선 4대 계층 가운데 가장 낮았다. 모바일 인터넷 활용도 등을 조사한 디지털 정보화 활용 수준에서도 고령층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교역자들은 시니어 대상 스마트폰 강의를 교회들이 시도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시니어들 수요가 높고 교인 간 교제를 비롯해 시니어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평가다. 이창희 만나교회 부목사는 “이젠 어르신들도 스마트폰을 활용하지 않고는 크게 불편한 시대”라며 “과외식 밀착 교육과 함께 고령층이 교회에서 배운 내용을 집에서도 복습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별도로 준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08.26.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