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으로 우리 국민 3400명의 발이 묶였던 괌에서 현지 한인교회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성경 속 환대의 정신을 몸소 선보인 주인공은 괌 시온성교회 오요한 목사와 성도들이다. 예배당을 개방하고 방문객에게 쉼터를 제공한 이들은 “교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오 목사는 “시온성교회의 전기와 수도 복구가 비교적 빨라 한국 영사관 지원 요청 전에도 도움에 나설 수 있었다”며 “교회가 고통 받는 이들의 짐을 나눠서 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시속 240㎞가 넘는 강풍을 동반한 태풍 마와르는 지난 24∼25일 괌에 상륙하며 전신주를 대거 쓰러트려 단전 피해를 입혔다. 상하수도 가동 역시 중단됐고 국제공항 운영에도 제동이 걸렸다. 그 때문에 한인 관광객 3400여명이 괌에 발이 묶여 무더위 속에서 난민 생활을 했다.
한인교회들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귀국하지 못하는 상황을 접하고 쉼터 역할을 자청했다. 시온성교회는 지난 27일부터 전기가 들어오는 본당과 1층 청년부실 및 3층 유아실을 개방했다. 교회 측은 250~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과 침구류 및 식료품을 마련했다. 오 목사는 “교인들과 함께 3교대로 돌아가면서 교민들을 지원했다”면서 “일부 성도는 청소를 맡았고 나머지 분들은 손님을 맞이하거나 물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도움은 십시일반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이 열이 나자 한인 관광객들은 타이레놀을 나누며 서로를 돌봤다. 괌 정부 관광청과 한국 영사관의 물품 지원도 있었다. 오 목사는 “괌은 5월 평균기온 29℃로 무더운 지역”이라며 “몇몇 아이들은 땀띠가 생겨났는데 교회 공간 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게 한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교회의 돌봄을 맛본 이들은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오 목사는 “다음 달 초에 결혼하시는 분도 계셨는데 울면서 감사하다고 말씀했다”면서 “교회가 당연한 일을 한 것이고 여러분을 섬길 수 있어 우리가 감사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괌의 교민 가운데 거주하는 곳이 사라진 분들도 계시는데 조속히 복구되길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25년간 현지에서 사역 중인 이 목사에 따르면 괌의 한인교회는 12곳으로 알려졌다.
06.03.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