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의 한 골목에 들어서자 ‘수화식당’이라고 쓰인 간판이 보였다.
농인들의 언어인 수화를 사용하는 식당이라는 의미를 담은 식당은 2017년 한숲농아인교회(안후락 목사)가 세웠다. 겉모습은 여느 식당과 비슷했지만 한쪽 벽에는 수화로 각종 메뉴를 주문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비장애인이 수화로 주문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배려다. 식당에서는 수화로 음식을 주문하면 식대의 10%를 할인해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틈을 좁히기 위한 시도다. 직원 중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 있다.
식당의 시작은 농인인 안후락 목사와 비장애인인 김소향 사모에 의해서였다. 장애 때문에 단절된 삶을 사는 이들에게 ‘복음과 떡’을 함께 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김 사모가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한 것도 농인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였다. 궁리 끝에 2011년 포항제일교회 안에 만든 건 아동센터였다. 보통 부모가 농인이어도 자녀 중에는 비장애인이 많다. 자녀들이 자라면서 부모와의 대화가 없다보니 정서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김 사모가 센터장을 맡아 운영했던 아동센터는 농인 교인들의 관심 속에 안착했다. 이런 시도가 수화식당 창업으로 이어진 셈이다.
김 사모는 “2017년 한숲농아인교회가 창립할 때 우리 교인 중 90% 이상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면서 “장애가 있는 교인들에게 복음만 심는 건 한계가 크다는 걸 깨달았고 목사님과 떡도 함께 줄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고 말했다. 안 목사 부부는 전국의 장애인 공동체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알리는 ‘희망 전도사’다. 그는 “교회 공동체와 우리 직원들이 함께 일군 결과”라면서 “장애인 교인이 있다면 우선 성도를 이해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격려했다.
04.22.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