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유가족들이 아픔 털어놓을 수 있는 문화 형성돼야”

라이프호프 28일 ‘제12차 정기총회’ 개최

교회학교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는 자살유가족 추성윤씨는 8개월 전 어느 날 새벽에 예고 없이 집을 방문한 경찰이 건넨 사진 한 장에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평소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추씨는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했지만, 평소 옆에서 관심 가져준 부목사님 덕분에 잘 극복해내고 있다”며 “교회 내에 적지 않은 성도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 목회자와 성도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라이프호프·대표 조성돈 교수)는 28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에서 제12차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총회가 열리기에 앞서 특수청소 업체 에버그린 김현섭 대표와 3명의 자살유가족이 특강과 대담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자살 이후, 삶의 흔적’이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많은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면서 “교회가 소외된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갑자기 자취를 감추거나 연락이 끊긴 성도들이 있다면 목회자와 주변 성도들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사소한 관심이 자살 예방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대담에서는 기독교인 자살유가족이 교회에 바라는 모습에 대해서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12년 전 극단적 선택으로 아버지를 하늘나라에 먼저 떠나보낸 심소영씨는 자살 예방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더는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평소 독실한 신자였던 심씨는 “아픔을 겪었을 당시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면서 “교회에서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가면을 쓰고 지냈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 내 자살을 외면하고 정죄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유가족들이 아픔을 편히 털어놓을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총회에서는 5명의 신임 이사가 임명됐다. 조성돈 대표는 “라이프호프는 기독교를 대표해서 세상 속에 생명을 살리는 사역을 감당할 것”이라며 “죽음의 문화가 가득한 이 시대에 생명의 문화가 꽃피는 그 날까지 아름다운 걸음을 걷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03.04.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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