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03년 8월이었다. 외국인 선교사들이 원산에 모여 기도회와 성경공부 모임(사경회)을 열었는데 그중 최고참이던 한 선교사가 설교자로 나섰다. 한데 이 남자는 설교 도중 뜬금없이 자신의 죄를 일일이 열거하기 시작했다. 백인이라는 우월감에 젖어 조선인을 대했고 캐나다 최고 의과대학 출신이라는 오만한 마음으로 복음을 전했으며 심지어 선교비를 유용했다는 잘못까지 낱낱이 털어놓았다.
2023년은 하디 선교사의 영적 각성이 있은 지 120주년이 되는 해로, 한국교회 곳곳에서는 그의 유산을 되새기는 다양한 활동이 1년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벌이는 특별새벽기도회다. 26일 기감에 따르면 기도회는 다음 달 1~7일 전국 감리교회에서 일제히 열린다.기감은 기도회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다채로운 내용의 설교문도 올려놓았다. 이철 감독회장은 설교문에 실린 인사말을 통해 “120년이 주는 종교적 의미는 ‘반복’ ‘재생’ ‘부활’ 등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디 선교사의 영적 각성의 유산을 회복해 세상을 바꾸는 감리교회로 우뚝 서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디기념사업회장인 최이우(종교교회 원로) 목사는 “하디 선교사의 영적 각성은 회개의 역사가 부흥의 역사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를 빼놓고 한국교회의 역사를 설명할 순 없다”면서 “한국교회는 하디 선교사가 남긴 영적 각성의 유산을 잘 이어받아 새로운 회개의 역사, 부흥의 역사가 일어나길 간절히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2.31.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