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버리는 ‘탈종교화’ 물줄기가 바뀐 걸까. 한때 부쩍 늘던 미국의 비종교 인구 비율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한국의 비종교인 비율 역시 이렇다 할 증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비종교인 비율 둔화 추세에도 전문가들은 탈종교화 현상으로부터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 ‘비종교인 증가세 둔화(Slowdown in the Rise of Religious Nones)’를 통해 미국 내 비종교인 비율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비종교인 비율은 1950년까지만 해도 1%를 밑돌았다. 그러나 1972년 5%를 돌파했고, 등락을 반복하다가 2002년에 10%를 넘어섰다. 비종교인 비율이 두 배로 껑충 뛰는 데는 불과 15년이 걸렸다. 2017년 미국의 비종교인 비율은 20%대에 진입했다.
한편 한국의 비종교인 비율도 큰 굴곡이 없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15일 발표한 ‘2022년 종교인구 현황’을 보면 2018년 이후 비종교인 비율은 50% 내외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3대 종교 비율 역시 마찬가지다. 2019년 이후 개신교 신자는 20%, 불교 신자는 17%, 천주교 신자의 경우 11%선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종교인 비율이 거의 똑같다고 해서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건 아니다. 일례로 ‘최근 1년 사이 교회에 더 이상 나가지 않는다’고 답한 개신교인은 12%에 달했다. 그럼에도 개신교 인구 비율이 동일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건 무종교 인구의 유입 덕이다. 무종교 인구 가운데 4%는 ‘1년 전에는 종교가 없었으나 현재는 있다’고 답했다. 무종교 인구는 전체 인구의 절반(약 47%)에 달한다. 성전 문밖으로 나간 인원만큼이나 신앙을 갖게 된 이들이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자신을 크리스천이라고 생각하는 가나안 성도의 증가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한다. 김상구 백석대 신학대학원 교수는“가나안 성도들이 10년, 20년 후에도 크리스천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성도 개개인이 신앙을 잃지 않도록 힘쓸 때 교회는 탈종교화 바람에 밀려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12.24.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