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포장·제빵·양봉… 세상과 담 허무는 장애인 일터이자 둥지

강화도 직업재활시설 ‘우리마을’ 공동체 ‘큰나무캠프힐’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지난 7일 인천 강화도에 있는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우리마을’에 도착했더니 이 성경 문구가 먼저 눈에 띄었다. 3년 전 콩나물 공장에 불이 난 뒤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새롭게 단장한 공장은 장애인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1등 공신’이다. 53명의 발달장애인들은 각자에게 배정된 업무에 맞춰 일하며 직업 재활 교육을 받는다.

우리마을은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자활을 돕는 직업재활시설로 2000년 대한성공회 김성수 주교 주도로 설립됐다. 김 주교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땅 9917㎡(약 3000평)를 우리마을을 위해 기부했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사회복지재단에 운영법인을 두고, 현재 49명의 장애인 근로자와 19명의 직원들이 함께 지내고 있다.

우리마을에서 차로 15분 떨어진 강화도 진강산 자락에는 발달장애 성인을 위한 마을공동체 ‘큰나무캠프힐’이 있다. 2017년 설립한 공동체 마을에는 카페, 제빵소, 농장, 하우스가 들어서 있었다.

큰나무 카페 주변엔 그 흔한 울타리 하나 없다. 5950㎡(약 1800평) 규모의 텃밭에 큰나무캠프힐의 모든 건물과 농장이 연결돼 있다. 큰나무 캠프힐을 세운 문연상(57) 목사는 “일반 시설은 장애인들이 수용돼 있다는 개념이 강하다”며 “(캠프힐은) 장애인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오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큰나무카페’는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마을과 큰나무캠프힐은 공통점이 많다. 그 중 하나는 발달장애인과 세상의 담을 허물고자 노력하는 데 있다. 두 기관은 발달장애인들이 한 명의 독립된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낼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한다. 발달장애인들은 평일에 각자 속한 기관에서 일하면서 거주하고, 주말이 되면 각자 부모님의 집에서 지낸다.

우리마을에서 콩나물 생산을 담당하는 발달장애인 20여명은 하루 최대 4시간을 일하면서 매일 콩나물 4000봉지를 만들어낸다. 우리마을은 2012년 식품 전문 기업인 풀무원과 콩나물 협력사업(MOU)를 체결하고 시중에 콩나물을 공급하고 있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콩나물 생산공장에서 근무하는 이경제(37)씨는 “(발달장애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한다”며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중증 정도가 심하지 않은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직원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생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들의 손놀림과 생산 처리 속도는 비장애인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능숙했다.

커피박(찌꺼기)을 재활용해 연필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과 주택용 전기설비 가운데 분전반 내에 필요한 단자를 조립하는 ‘단자조립’ 등의 작업도 있다. 아울러 장애인들을 위한 체력단련·난타·율동 등 특별활동도 마련돼 있다.  큰나무캠프힐’에서 지내는 6명의 발달장애 청년들은 바리스타, 제빵사, 양봉업에서 사회인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들은 한 직종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번갈아 가며 일하는데, 다양한 직종을 경험하기를 바라는 문 목사의 의지가 담겨 있다. 문 목사는 “장애인과 세상의 담을 허물기 위해서는 장애인을 위한 소규모 커뮤니티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92) 주교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강조했다. 그는 우리마을 설립자이자 대한성공회 초대 관구장을 지낸 대표적인 기독교 원로 인사다. “장애인들을 돕는 것은 비장애인들의 건강한 의무죠. 예수님이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잖아요. 우리는 그 지상명령에 순종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 명령에 따르는 것이 진정으로 하나님을 믿고 사랑한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10.2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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