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해근 목사 (몽고메리교회)
올해는 1517년 10월 31일, 마틴 루터가 자신의 95개조 반박문을 비텐베르크교회의 문에 못 박은 지 50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예년과는 달리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고 돌아보는 많은 세미나와 강연이 우리 주변에서 펼쳐지는 모습을 보며, ‘어쩜 이런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하며 물리와 관계된 재미있는 유머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현대물리학의 중심 내용 중 하나는 ‘양자물리학(量子物理學)’입니다. 어느 TV 대담 프로그램에서 사회자가 대담 프로에 나온 분에게 ‘양자(量子)’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그분의 대답은 자신이 알고 있는 ‘양자’는 ‘양자택일(兩者擇一)’이라고 하는 그 양자(兩者) 밖에 아는 것이 없다고 하여 다들 웃었습니다. 양자물리학의 양자도 모르는 사람이 양자물리학에 대해 말한다면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입니다.
어쩌면 지금 종교개혁과 관련하여 회자(膾炙)되는 내용들이 루터, 칼빈 그리고 쯔빙글리가 추구했던 그런 부분이 아닌 현대 사람들의 입맛을 채워주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종교개혁자들이 생명을 걸고 추구했던 종교개혁의 핵심은 윤리회복운동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전적인 은혜로써 주어지는 구원과 오직 성경만을 우리 신앙의 중심으로 세우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언론에 오르내리는 종교개혁과 관련된 많은 기사들은 정작 개혁자들이 그렇게 가슴에 품었던 가치보다는 우리 시대 교회 밖에서 교회를 향해 비난하는 의견을 좀 더 신학적인 단어들을 가미하여 세련되게 표현했을 뿐 종교개혁의 중심을 피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종교개혁과 관련되어 언론에 소개되는 내용들의 상당 부분은 인간의 죄와 그 죄의 해결을 위하여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 죄의 언급은 전혀 없이 단지 이웃을 사랑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주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누구나 들어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아주 괜찮아 보이는 그런 의견을 표현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16세기 종교개혁이 일어나야만 했던 어둡고 캄캄한 영적인 세계로 우리시대를 다시금 몰아가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21세기, 우리시대에 필요한 종교개혁을 논하는 글로 말미암아 이미 죽어 무덤에 묻힌 칼빈과 루터가 일어나 자신들의 안타까움과 울분을 토할 형편이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합니다. 개혁자들은 인간의 잘못된 형식과 제도로 말미암아 놓치고 있었던 우리 신앙의 중심이 되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경을 원래의 자리로 회복시키기 위해서 개혁을 외쳤고 이루었습니다. 그렇게 그리스도와 성경을 원래의 자리로 회복한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그리스도와 성경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삶이 참된 개혁입니다.
그런데 성경이 말씀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죄를 언급하지 않고서 불가능합니다. 창조주 되신 그 분이 인간의 역사에 들어오신 이유 그 자체가 인간의 죄와 인간을 향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죄를 언급하지 않는 그리스도의 사랑은 반쪽자리 비성경적인 예수를 소개하는 것입니다. 죄로부터의 용서함과 자유와 회복이 바르게 언급되지 않으면서 건강하고 따뜻한 사회나 공동체를 말하는 것은 듣기에는 따뜻하고 거부감 없이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심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요 그분의 삶에 대한 부정(不定)입니다. 인간의 죄와 그 죄의 용서함을 위해 하나님 되신 그 분이 이 땅에 죄의 대속물로 십자가에 못 박혔음을 더 분명하고 선명하게 드러내는 일과 그런 십자가의 은혜로 구원받은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걸음을 진실하고 바르게 걸어 가야됨을 담대하게 선언하고 확인하는 일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가장 바르게 기념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돌아보며 인간의 죄악과 그 죄악의 해결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 있었고 그런 예수님이 개혁의 초점이 되어야 합니다. 이 진리가 빠진 모든 종교개혁과 관련된 이야기는 종교개혁을 더 어지럽게 만드는 소음일 뿐입니다. 이 소음을 뚫고 주님에게 집중하시기를... thechoi82@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