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끝나지 않는 전쟁

미국의 끝나지 않는 전쟁

[미국은 9.11테러 이후 꾸준히 전쟁 중이다. 현재 정규군과 예비군 병력 총 24만 명 이상이 전 세계 172개 국가와 지역에 파병돼 있다. 해외로 파병된 군인은 지난 60년간 상당히 감소했지만, 군대의 활동 범위는 줄어들지 않았다.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예멘과 같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지역뿐만 아니라 끔찍한 공격이 계속되는 니제르, 소말리아, 요르단, 태국 등지에서도 전쟁 중이다. 추가로 37,813명의 군인이 기밀 작전을 “알려지지 않은(unknown)” 지역에서 수행 중이다. 미국 국방부는 더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뉴욕타임스는 이처럼 지구촌 분쟁 지역들에서 공개 또는 비공개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끝나지 않는 전쟁’이라고 보도한다(America’s Forever Wars).]

미군은 일본에 39,980명, 한국에 23,591명을 파병해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고 있고, 나토(NATO) 동맹국인 독일에 36,034명, 영국에 8,286명, 터키에 1,364명을 파병했다. 또한, 미군은 해군 기지가 있는 바레인에 6,524명, 카타르에 3,055명을 파병했다. 미국은 아프리카와 같은 분쟁 지역에서 더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군 특수부대 요원 400명은 소말리아에서 지역군 훈련을 지도하며 지역군이 이슬람 단체인 샤밥(Shabab)과 싸우는 것을 도와주고 있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때로 같이 전투에 참여하기도 한다.

네이비실(Navy SEAL) 요원 한 명은 소말리아 지역에서 지난 5월 작전 수행 중 사망했다. 지난 10월 14일, 샤밥 병력이 모가디슈(Mogadishu) 거리에서 펼친 대대적인 공격으로 약 27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공격은 샤밥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약 800명의 요원이 니제르에 파병돼 있고, 그 지역에서 그린베레(Green Berets) 요원 4명이 지난 10월 4일 전사했다. 이중 상당수가 대테러 작전에 투입돼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이라크, 시리아의 IS, 예멘에서는 알카에다 추종세력과 대치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행보를 보면 미국은 이런 작전들과 파병을 영원히 지속할 것처럼 보인다.

막대한 국방 예산을 쓰고 지난 16년간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이런 행보를 이어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거친 위협과 이해하기 어려운 의사결정을 하면서 북한과 이란과의 외교에서도 군사력이 동원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만으로도, 이제는 얼마나 다양한 지역에 미군이 파병돼 있는지 확인하고 이런 국방비 투자가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이러한 국방 기조를 얼마나 유지할 것인지, 단순히 테러리스트들을 사살하는 것보다 더 정교한 전략은 없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의회는 안타깝게도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시민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아마도 소수의 가족이 대부분의 국방 부담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고, 이제는 베트남전처럼 수많은 미국인이 희생되지 않기 때문에 그때처럼 시민운동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의회가 이런 주제들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파병이 왜 필요한지 논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회는 IS와의 전쟁을 멈추기 위한 버지니아 주 상원의원 팀 케인(Time Kaine) 외 몇몇 의원의 노력을 법적 근거를 제시하며 지속해서 무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전임자와 같이 2001년 알카에다를 상대로 전쟁하는 것을 승인한 법령으로 IS와의 전쟁 역시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니제르 비극 이후 상원 외교위원회 의장인 테네시 주 상원의원 밥 코커(Bob Corker) 의원은 이와 같은 안에 대해 승인하기 전 적어도 청문회는 하기로 합의했다. 그 청문회는 10월 30일이다.

이라크에서 아들을 잃은 예비역 대령 앤드류 바세비치(Andrew Bacevich)는 “전쟁에 대한 집단적 무관심이 현재 미국의 상징이 됐다”라고 말한다. 미국인이 전쟁과 공포에 익숙해졌다는 생각은 무섭고, 이런 생각은 결국 더욱 위험한 의사결정의 기초가 된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베트남전을 포함한 지난 전쟁의 경우, 징병을 통해 군인을 모집했기 때문에 징집될 위험을 미국 가족 모두, 즉 모든 미국인이 공유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모든 군인이 모병제를 통해 선발된다. 현재 미군 병력은 전체 미국 인구의 1%가 채 되지 않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전체 인구의 12%가 군대에 있었다. 이제는 가족 구성원 중 군인이 거의 없다. 또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철수한 뒤 사상자 수가 많이 감소했다. 그리고 최근 미군은 공군력과 정보력을 제공하면서 지역 군인을 훈련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대부분 실제 전투를 하고 희생되는 군인은 그 지역군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올해 아프가니스탄에서 11명, 이라크에서 14명의 미군이 전사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군인은 지난해 총 6,785명이 전사했고, 올해 첫 5달 동안만 해도 무려 2,531명이 전사했다. 또한, 2017년 수만 명의 민간인이 희생됐지만, 미국인은 대체로 이 부분을 언급하기 꺼린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지도자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지속적인 위협을 없애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정의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규모 군대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철수시켰지만 이라크와 시리아의 IS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세력이 커지면서 결국, 이전보다 소규모이긴 하지만 일부 군대를 다시 파병했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테러와 트럼프 대통령이 검증 없이 언급한 유언비어 때문에 미국 시민들 사이에 공포는 더욱 퍼졌다.

군사력은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군사력이 국가 안보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므로 미국은 견고한 외교정책을 수립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여러 기관과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측면을 무시하고 있다. 현 정권에서 국방부는 위상이 높아진 것 같다. 금융 위기 때 예산이 삭감된 이후 이제는 의회와 백악관에 국방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국방부는 장비를 현대화하고 준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국방에 예산을 쏟아 붓는 정책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더 중요한 점은 미국의 시민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참전을 견딜 수 있는지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