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선교전략 연구소)
FIFA 월드컵은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이제 20회째를 맞은 본 대회는 2014년 6월 12일부터 7월 13일까지 한 달여간 삼바 축구의 본 고장 브라질에서 열렸다. 대륙별 순환 개최 원칙에 따라 브라질이 남미의 단독후보로 나왔기 때문이다. 금번 월드컵은 강호들의 몰락과 약팀의 선전이다. 또한 64경기에서 171골이 터졌으니 게임당 2.7이란 많은 골과 다양한 신기록으로 그 어떤 대회보다 흥미진진했다. 항상 우승후보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브라질이 더군다나 홈그라운드 이점을 안고 있었기에 우승하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브라질은 4강에서 독일에 7:1로 처참하게 패했으며 화란에게도 3:0으로 져 4위에 그쳤다. 또한 세계의 프로축구가 가장 발달해있는 3대 국가인 스페인, 영국, 이태리는 16강을 향한 조별리그에서 모두 나가 떨어졌다. 특히 디펜딩 챔피언이자 이번에도 우승 후보군에 들었던 스페인의 탈락은 큰 충격이었다.
한국은 브라질월드컵에서 사상 최초 원정 월드컵 8강이라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나섰다. 하지만 누적된 후진 행정에 지도자의 역량 부족, 선수들의 투지 실종이 겹치면서 조별리그 1무2패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대표하는 한국, 일본, 이란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역시 16강에 오르기는커녕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가진 아시아의 대표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승자와 우수한 팀을 통해 교훈을 찾아본다. 그래서 그것을 선교전략에 적용에 보는 것도 묘미가 있다. 스포츠든 영적 싸움이든 승리의 공식은 통하기 마련이다. 승리는 결코 하늘에서 우연히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1. 힘과 체력
전차군단이라 불리는 독일은 힘을 바탕으로 한 선이 굵고 빠른 축구를 구사했다. 아무리 현란한 기술이 있다 할지라고 힘이 없으면 추풍낙엽과 같다. 브라질은 기교를 앞세운 축구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모든 스포츠의 승리 관건은 정신력과 더불어 강한 체력에서 나오는 힘에 달려있다. 기독교 선교의 근원적 힘은 무엇인가? 성령의 능력이다. 오늘 선교현장에 과연 성령의 능력으로 견고한 진을 파하고 있는가? 혹 사람의 생각이나 재물이 앞서고 있지는 않은가? 선교사를 보낸 지 교회들은 영적 권능을 위해 전투적 기도를 하고 있는가?
2. 조직력
금번 월드컵을 제패한 독일의 강점은 조직력이었다. 세계를 호령한 수퍼스타는 없지만 하나의 팀으로 똘똘 뭉쳐 내로라하는 팀들을 모두 제압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경기의 짜임새는 일품이었다. 비록 4강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코스타리카, 콜롬비아의 돌풍은 진정한 '원팀(One Team)'이 무엇인지 알려줬다. 축구는 혼자 할 수가 없다. 팀워크가 승패를 좌우한다. 군대가 힘이 있는 것은 여러 병사들과 부대들을 조직화하기 때문이다. 각자 모래알처럼 독자적인 사역만을 추구할 때 피선교지에 강력한 도전과 영향을 줄 수 없다. 한국선교의 열심과 헌신은 자타가 공인한 바다. 하지만 연합적 팀사역에서는 할 말이 없다. 이제는 나라별로 교파와 파송단체를 초월하여 힘을 합쳐 조직화할 때가 되었다.
3. 탁월한 지도자
금번 월드컵에서 가장 주목받은 감독은 네델란드의 루이스 판 할이었다. 그는 세계 명문 프로팀들을 이끈 숙성된 지도자였다. 그는 많은 노하우를 토대로 상대팀에 따라 선수들의 기용이나 전술 등을 영리하게 구성했다. 그의 지도력에 힘입어 네덜란드는 무적함대라 일컫는 스페인을 5-1로 무력화시켰으며 브라질을 3:0으로 눌렀다. 이 밖에도 우수한 성적을 낸 팀들의 감독을 보면 대부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양한 경륜을 가진 자들이었다. 2002년 한국이 4강에 들어선 것은 히딩크라는 탁월한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대의 짠밥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그 속에 많은 노하우가 녹아져 있다. 한국선교사 가운데 경륜과 지략을 갖춘 사람들이 있다. 한국교회는 이들의 자산이 사장되지 않도록 장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4. 인재양성
독일은 2002한일월드컵 준우승 이후 유소년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각 프로팀에 유소년 팀을 의무적으로 창단하게 했다. 독일의 유소년축구 등록 선수는 180만 명에 이른다. 이런 과정 속에서 젊은 유망주들이 탄생했다. 네덜란드도 유소년 선수가 미래의 희망이라 판단하고 아약스와 PSV 에인트호번이라는 양대 클럽을 중심으로 선수 발굴에 역점을 뒀다. 적어도 10년 후를 내다보며 투자하는 것이다. 주님의 쓸 만한 제자는 하루아침에 탄생할 수 없다. 인재양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다음세대를 내다보며 한국교회는 인재를 발굴하며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는가?
5. 선진 행정
우수한 팀은 대표선수 선발시스템, 선수관리, 훈련지 선정, 감독 연한보장 등에서 매우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했다. 인간관계나 명성 등에 의존하지 않았다. 선수는 현재가 중요하다. 아무리 이름값이 높아도 지금 상태가 안 좋으면 재고해야 한다. 오직 결과적 성적에만 목숨을 거는 한국적인 문화개선도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선교현장은 어떠한가? 몇몇 규모 있는 단체 외에는 사무행정이 너무나 영세적이다. 선교사 발굴, 훈련, 파송 및 관리, 위기상황 대처, MK문제, 은퇴연금, 안식년제도 등 끝이 없다. 장기적이며 건강한 선교가 되려면 선진적 행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방이 화려한 불꽃으로 뛰어들듯 대책 없이 무작정 선교지로 내모는 풍토는 이제 생각해봐야 한다.
맺는 말
금번 월드컵에서의 한국축구는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너무 큰 비약이다. 하지만 일리는 있다.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통하여 우리 조국의 실상과 실력을 보았다. 배가 가라앉은 지 벌써 100일 째가 되었건만 아직도 문제해결은 요원하기만 하다. 우리의 축구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초상집 분위기다. 아프고 부끄럽지만 우리의 허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잘된 일이다. 다시금 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 선교는 어떠한가? 너무 방만해서 무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크다. 이미 앞에서 지적한 5가지 힘의 원천, 조직력, 지도자, 인재 발굴, 선진행정 등 모든 면에서 걸리지 않는 것이 없다. 가시적 성과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내실이 허하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피땀어린 투자도 작지 않건만 후대에 신랄한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바라건대 이제라도 세월호와 월드컵을 교훈삼아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며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 이메일: jrsong0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