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언약에 나타난 선교사상

송종록 목사

(크로스 선교전략 연구소)

 

교회의 선교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그간 진보적 계열에서는 에큐메니컬 운동 등 인간적이고 횡적인 관심에 집착하며 교회의 사회참여를 강조했다. 그러나 보수적 계열에서는 죄와 사망으로부터 인류를 구원을 해야 된다는 종말론적 시각이 강했다. 결과적으로 전자는 복음의 순수성과 절대성이 약화된 반면 사회운동에 힘을 쏟았다. 후자는 영혼구원과 목양 쪽에 집중하다보니 이 세상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등한시 하였다. 이렇게 두 가지 상반된 영적 흐름 속에서 교회는 선교적 혼선이 있어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복음주의 계통의 세계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바로 로잔(Lausanne)대회였다.

세계 복음화를 위한 국제대회(The First International Congress on World Evangelization)는 1974년 7월 16일부터 25일까지 스위스 로잔에서 열렸다. 당시 의장은 빌리 그래험(Billy Graham) 목사였으며 150여 개 국가에서 3,700여명의 대표자들이 참석하였다. 주제는 '온 땅이 주님의 음성을 듣게 하라'(Let the earth hear His voice)였다. 본 대회의 최대 성과물은 존 스토트( John Stott) 목사가 기초한 로잔언약을 합의하고 서명한 것이다. 당시 세계의 각 언론들은 ‘20세기에 가장 의미 있는 크리스천선언 가운데 하나’라고 칭송했다. 이 언약은 총 15개항이며 ‘하나님의 목적(The purpose of God)’에 관한 교리에서 시작해서 ‘그리스도의 재림(The return of God)’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신학을 다루고 있다. 또한 이 정신은 단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1989년 마닐라 선교대회와 2010년 케이프타운 대회로 이어졌다. 문제는 효용성이다. 아직도 대부분 교회에서는 이 언약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아예 모르거나 관심 없으니 어찌 사역 현장에 원리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세계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기도하며 머리를 싸매고 만든 결의(Covenant)를 한갓 역사적 문건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큰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선교적 시각에서 본 주요한 내용은 무엇인가?

하나님 아버지가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신 것 같이, 그리스도 역시 그의 구속받은 백성을 세상으로 보내신다는 것을 우리는 믿는다.

이 소명은 그리스도가 하신 것같이 세상 깊숙이 파고드는 희생적인 침투를 요구한다. 우리는 우리 교회의 울타리를 헐고 비 그리스도인 사회에 스며들어가야 한다. 교회가 희생적으로 해야 할 일 중에서 전도가 최우선이다. 세계 복음화는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계에 전파할 것을 요구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우주적인 목적의 바로 중심에 서 있으며, 복음을 전파할 목적으로 하나님이 지정하신 수단이다. 그러나 십자가를 전하는 교회는 스스로 십자가의 흔적을 지녀야 한다. 교회가 만일 복음을 배반하거나, 하나님에 대한 산 믿음이 없거나, 혹은 사람에 대한 진실한 사랑이 없거나, 사업 추진과 재정을 포함한 모든 일에 있어 철저한 정직성이 결여될 때, 교회는 오히려 전도의 걸림돌이 되어버린다. 교회는 하나의 기관이라기보다 하나님 백성의 공동체다. 따라서 어떤 특정한 문화적․사회적 또는 정치적 체제나 인간의 이데올로기와 동일시되어서는 안 된다.

인류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인구가 아직도 복음화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토록 많은 사람을 아직도 등한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세계 복음화를 성취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을 시도해야 할 때임을 확신한다. 이미 복음이 전파된 나라에 있는 해외선교사와 그들의 선교비를 감축하는 일은, 토착교회의 자립심을 기르기 위해 혹은 아직 복음화 되지 않은 지역으로 그 자원을 내보내기 위해 때로 필요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선교사들이 겸손한 섬김의 정신으로 더욱더 자유롭게 6대주 전역에 걸쳐 교류해야 한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 좋은 소식을 듣고, 깨닫고, 받아들일 기회를 얻는 것이 목표다. 모든 교회는 자기가 속해 있는 지역을 복음화 함과 동시에 세계의 다른 지역에도 선교사를 보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나님과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또한 성경 번역, 신학 교육, 방송매체, 기독교 문서 사역, 전도, 선교, 교회 갱신, 기타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여러 단체들로 인해 하나님께 감사한다. 아울러 이런 단체들도 교회 선교의 한 사역자로서 그 효율성을 평가하기 위해 지속적인 자기 검토를 해야 한다. 우리는 교회의 선교 사역을 확장하기 위해, 전략적 계획을 위해, 서로서로 격려하기 위해 그리고 자원과 경험을 서로 나누기 위해 지역적이며 기능적인 협력을 개발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하나님이 모든 사람의 창조주이시요, 동시에 심판자이심을 믿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 사회 어느 곳에서나 정의와 화해를 구현하고 인간을 모든 종류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려는 하나님의 관심에 동참하여야 한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인종, 종교, 피부색, 문화, 계급, 성 또는 연령의 구별 없이 모든 사람은 천부적 존엄성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누구나 존경받고 섬김을 받아야 하며 착취당해서는 안 된다. 이 사실을 우리는 등한시해왔고, 때로 전도와 사회 참여를 서로 상반된 것으로 여겼던 것을 뉘우친다. 물론 사람과의 화해가 곧 하나님과의 화해는 아니며 또 사회 참여가 곧 전도일 수 없으며 정치적 해방이 곧 구원은 아닐지라도, 전도와 사회 정치적 참여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의무의 두 부분임을 인정한다. 이 두 부분은 모두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교리와 이웃을 위한 사랑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순종을 나타내는 데 필수적이다. 구원의 메시지는 모든 소외와 억압과 차별에 대한 심판의 메시지를 내포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악과 불의가 있는 곳 어디에서든지 이것을 고발하는 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그리스도를 영접하면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거듭난다. 따라서 그들은 불의한 세상 속에서 그 나라의 의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의를 전파하기에 힘써야 한다. 우리가 주장하는 구원은 우리로 하여금 개인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총체적으로 수행하도록 우리를 변화시켜야 한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다.

‘온 땅이 주님의 음성을 듣게 하라(Let the earth hear His voice)’ 로잔선언은 주제에서 보듯 전통적인 복음주의적 신학의 토대 위에서 시작하여 세계 복음화에 대한 열망을 담고 있다. 그 영역은 진보적 주장이나 보수적 사고에 갇히지 않았다. 시대 조류나 요구보다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포괄적이면서도 건강한 선언문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성령은 선교의 영이다. 교회가 선교하는 교회가 되지 못할 때 그 교회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는 것이요, 성령을 소멸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에서 선교란 꼭 종말론적인 구령사역에만 국한하지를 않았다. 영혼구원이 교회의 일차적인 사명임에는 분명하지만 이 세상에 대한 교회의 책무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회가 세상에 동화되거나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소명을 부인하고 사명에 실패한 것이 된다. 교회는 천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 많은 지상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거룩한 공회의 일원으로서 로잔언약을 소화하고 사역현장에 실현함이 복된 과제일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자아의 견고한 진과 교회의 담을 과감히 헐어야 한다. 담이 높고 견고할수록 복음은 갇히게 된다. 그리스도인은 교회의 빛이 아니라 세상의 빛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메일: jrsong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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