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헨델은 1685년에 외과 의사인 아버지와 목사의 손녀인 어머니에게서 독일 할레에서 태어났습니다. 음악과는 거리가 먼 집안에 한밤중에 어디선가 묘한 음악 소리가 들렸습니다. 부모는 그 음악 소리 나는 곳을 찾아 집 안 구석구석을 살피다가 다락방에서 클레비에라는 건반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7살의 헨델을 발견했습니다. 조카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봤던 외삼촌이 부모 몰래 악기를 헨델에게 선물했던 것입니다. 8살 때부터 동네 교회에서 오르간 교육을 받았고 17세 때엔 그 교회의 오르간 주자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고집으로 법대에 갔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음악으로 전공을 바꿨습니다. 헨델의 천부적인 음악 재능을 알아본 앤 여왕의 후원으로 영국에 귀화하여 오페라 46곡과 오라토리오 23 작품을 남겼습니다.
당대의 최고의 음악가로 우뚝 섰지만, 일생이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음악가의 질투와 음모로 여러 차례 파산하면서도 헨델은 저들을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질투를 은근히 즐겼다고 합니다. 그가 5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거듭되는 공연 실패와 재정적인 파산 상태로 건강마저 잃었는데 하루에 3시간 이상을 넘기면 안 된다는 의사의 온천요법을 알고도 헨델은 하루 9시간 이상 온천에서 나오지 않았고… 그의 집념으로 건강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비워둔 집으로 돌아온 헨델에게 찰스 제닝스라는 오페라 작사자가 보내온 한 뭉치의 소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별 관심을 두지 않던 헨델이 마음이 곤고 한 어느 날 제닝스의 흩어진 가사 들을 눈여겨보는 순간에 강력한 마음의 끌림과 벅찬 감동에 사로잡혔습니다. ‘그가 징계를 당함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내 주는 살아계시고…’ 그렇지!!! 그래… 바로 이 분이야! 헨델은 자신도 모르게 오선지 위에 음표를 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백성들을 위로하기 위해 보냄 받은 이 메시야를 보라! 헨델은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잊은채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르면서 작곡에 몰두했습니다. 집사가 식사를 챙겨 그의 방문 앞에 섰을 때 방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했습니다. 헨델은 마치 아주 높으신 분과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통곡하면서 울면서 부르짖는 소리도 들렸다고 합니다. 매번 손도 대지 않는 식기를 치워야 했습니다. 훗날 헨델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예수의 영이 나의 오른손을 잡으시고 오선지 위에서 춤을 추셨다!’라고… 헨델은 무려 259페이지의 대곡을 24일 만에 마칠 수가 있었고 이 모든 일은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뜻으로 SDG(Sola Deo Gloria) 싸인을 남겼습니다.
헨델의 메시야는 그의 나이 58세에 더블린에서 초연을 했습니다. 얼마나 많는 청중들이 몰려 왔는지 한 사람이라도 더 입장하기 위해서 부인들의 스커트 안에 넣는 후프 링을 빼어야 했고, 신사들의 장식품인 칼을 차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예수의 생애 중에 부활을 찬양하는 감동의 할렐루야를 찬양할 때 당시의 영국 왕 조지 2세가 감격 속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므로 모든 관중들도 함께 일어섰고 이것이 관례가 되어 오늘까지도 할렐루야가 불리워질 때마다 모든 청중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주님을 맞이하는 관습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 위대한 메시야는 1742년 초연 때부터 오늘까지 281년 동안 한 번도 공연이 중단된 적이 없으며 매년 부활절과 성탄절 계절에 정기적으로 연주되며 처음부터 모든 수익금은 자선헌금으로 보내졌다고 합니다. 헨델은 74세가 되었을 때 자신의 곡 연주회에 참석을 했는데 ‘나팔 소리가 울리리’가 시작될 때 심한 현기증을 겪고 부축을 받고 귀가했는데 며칠 후 ‘나는 성 수난일에 죽고 싶다’라고 했던 말대로 헨델은 그 날에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그의 시신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혔다고 합니다.
우리 교회 찬양대가 매년 메시야를 연주한 지가 벌써 26년이 되었습니다. 전곡을 연주한 햇수가 이제 13회에 들어섰습니다. 필자는 전에는 메시야 연주회에 가면 매번 깊은 졸음에 빠지곤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스크린에 주제곡에 맞는 성화와 배경 그림들과 한글 가사가 뜨기 때문에 졸음에 빠질 여유가 없게 되었습니다. 금년에는 더욱이 어린 자녀들을 동반하기 위한 홍보가 시작됐습니다. 신앙은 문화를 만들고, 문화도 신앙을 만들어 냅니다. 불신 문화가 판을 치는 현대 속에서 세속적인 음악과 문화가 채색되기 전에 영감 깊은 그리스도의 문화로 채색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중세의 개혁자들은 단순히 하나님 주권만 외치지 않고 문화 변혁을 이뤄야 종교 개혁이 성숙하게 완성된다고 했습니다. 12월 17일 주일 오후 5시부터 현장 연주회와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메시야 연주회를 위해서 독자들의 특별한 기도를 부탁합니다. “어린 자녀들의 영혼 속에서도 헨델을 만났던 그리스도를 함께 만날 수 있도록…” 할렐루야!!!
jykim47@gmail.com
12.16.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