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의식 갖고 가난한 자에게 구제와 사랑 베풀어

이정현 목사

Q: 저는 미국 와서 교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의 신앙과 삶의 괴리현상으로 양심의 가책과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1-2세기의 초대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어떠했는지요? 구체적으로 알고 배우고 싶습니다.

- 가디나 Chung 집사

 

A: 질문하신 바와 같이 신약시대부터 지중해 동부지역에 자리 잡은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추적해보고자 합니다. 오늘 이 내용은 유명한 신약신학자인 F. F. Bruce의 “초대교회의 역사(The spreading Flame)” 책에서 많이 참고하였습니다. 

첫째, 성도 상호 간의 책임의식을 갖고 가난한 성도들에 대한 구제와 사랑을 베푸는 일을 많이 했습니다. 이방 땅 수리아의 안디옥교회는 팔레스타인에 큰 흉년이 들어 유대인 그리스도인들로 구성된 예루살렘교회가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때에 구제헌금을 준비해 보냄으로 이방인 성도들의 애정과 상호 책임의식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초대교인들은 구제행위가 개 교회 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예루살렘교회는 시초에 부유한 신도들은 자기 재산 중에 일부를 교회에 구제헌금으로 드려 교회 안에 가난하고 외로운 과부들과 필요한 자들에게 분배하며 나누는 삶을 살았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초대교회는 홀로 된 가난한 과부들을 교회에서 잘 돌보았습니다. 그리고 과부뿐 아니라 신도들의 고아와 부모들이 원치 않아서 버린 유아들까지 돌보았습니다. 유아 유기는 당시 직업적인 장사꾼들에게 주었다가 노예나 창기로 팔아넘기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가난한 교회를 많이 돌보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교회가 마게도냐의 빌립보교회입니다. 빌립보교회는 예루살렘교회가 기근으로 어려울 때 분에 넘치는 구제헌금을 하여 예루살렘교회에 보내었습니다. 이것이 고후8-9장에 나옵니다. 이러한 사실을 근거해 볼 때 교회는 어느 정도 독립이 되면 주변의 미자립교회와 가난한 교회를 돕는 것이 필요함이 우리의 책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환자를 돌보는 사역도 열심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제 3세기 중반 알렉산드리아 시에 전염병이 창궐하였을 때 이 도시의 감독 디오니시우스는 과연 그리스도인들이 얼마나 정성껏 병자들을 돌보았는가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교도들은 그들 가운데 발병의 징조를 보이는 자들을 내쫒았을 뿐 아니라 가장 가까운 가족들로부터도 도망하였습니다. 아직 채 숨이 끊어지지 않은 병자들을 시내로 내쫓았으며 시체를 묻지 않은 채 유기하였습니다. 반면에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병자를 간호하다가 병균이 옮아 죽기까지 이들을 돌보았습니다. 당시 당국의 적대행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의 숫자가 증가한 사실은 초대 기독교인들의 행동의 이해를 초월한 사랑의 행동이  이교도들에게 영향을 주었음을 분명합니다.  

셋째, 노예들에게도 평등히 대하였습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주장한 기독교 신앙은 고대 문명사회에서 필수로 받아들여지던 노예제도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노예들에게는 인간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던 로마법에 비하여 볼 때 노예를 살아있는 도구(living tool)로 정의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대비시켜 볼 때 그리스도인들은 노예들을 자유인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가 그를 위하여 죽은 당신의 형제”로서 평등하게 대우하였습니다.  

바울이 주장한 바와 같이 신앙 안에서는 자유인이나 노예나 구분이 없었습니다. 신앙공동체내에서 이러한 구별이 점차 사라져갔으며 바울은 빌레몬의 이런 노예 오네시모를 옛 주인에게 돌려보내면서 그 의미하는 바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더 이상 노예로서가 아니라 당신의 친애하는 형제로서 받아들이시라.”

로마법은 노예들 사이의 결혼을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교인들 간에는 노예들 사이의 결혼도 자유인들 사이의 결혼과 마찬가지로 성스러운 것으로 간주하였습니다. 이러한 초대교회의 모습을 본받아 우리는 교회 안에서 부하거나 가난하거나 배우거나 배우지 못했거나를 불문하고 성도들끼리 서로 사랑하며 겸손하게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결코 외모를 취하거나 차별대우하는 일들이 생겨나서는 안됩니다. 세상적인 가치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04.25.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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