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배 목사 | (임마누엘장로교회)
우리 자녀들은 에덴동산 이후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서 2백 여 국가 중 가장 풍요로운 나라에서 자라가고 있습니다.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무수한 음식들, 싫증나서 마구 버리는 옷들, 귀중한 줄 모르고 쓰는 학용품, 장난감, 게임도구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어도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 가운데 자라가는 우리 자녀들에게 과연 절실히 필요한 것이 있을까요?
모든 것이 필요보다 넘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물질적 풍요일 뿐 우리 자녀들에게 꼭 필요한 본질적인 것들은 많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뛰어노는 놀이, 남을 배려하고 돕는 환경(인정),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즐거움, 사람 됨됨이 교육 등이 몹시 결여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자녀들에게 꼭 필요한 고난에 대하여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과거 우리의 삶은 그 자체가 고난이었습니다. 더덕더덕 기운 양말, 다 닳은 까만 고무신, 몽당연필, 추위, 보리 고개, 무더위, 땡볕에 땀 흘리는 농사, 아궁이, 빨래, 무거운 짐지게를 지고 한없이 걷는 먼지 이는 신작로, 머리에 보따리 이고 아기 등에 업고 코흘리개 손잡고 길 서두르는 여인들, 병이 들어도 아플 것 다 아픈 후에 죽을 때가 되어서 한을 풀기 위해 병원에 가는 노인 분들. 우리의 삶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고난 속에서 우리는 소중한 인내를 배웠습니다.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니라”(롬5:3).
추우면 추운대로 참고 더우면 더운 대로 참고 아픔도 슬픔도 배고픔도 모욕도 그 어떤 고난도 우리는 인내하며 살았습니다. 그 인내 속에서 우리의 성품은 다듬어졌고 그 속에서 소망은 겨울 보리처럼 꿋꿋이 자랐습니다. 없는 중에도 나누어 먹으며 우리는 시련 속에서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조금만 더워도 참지 못합니다. 조금만 배고파도 견디지 못합니다. 작은 아픔에도 불평을 합니다. 어느덧 고난은 우리에게 낯선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현대 문명의 이기를 파는 장사꾼들은 곳곳에서 우리의 고난을 덜어주며 돈을 벌어들입니다. 추위에는 히터를 만들어 팔고, 더위에는 해마다 더 시원한 에어컨을 선보입니다.
지금 우리 자녀들은 우리가 자라던 환경보다 훨씬 못한 환경 가운데서 자라가고 있습니다. 검소한 삶과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는 태도를 가르칩시다(딤전6:6-10). 무엇보다도 “젊어 고생, 사서 하라”는 옛말처럼, 고난을 가르치고 고난의 유익을 맛보게 합시다(시119:71). 일을 같이 하면서 땀 흘려 일하는 즐거움을 체득하게 합시다. 산행도 같이 하고, 오지에 선교여행도 보냅시다. 예수님이 가신 길, 우리가 따라가야 할 길은 고난 없이 갈 수 없는 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