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로마에서 구금 중에 드리는 편지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오늘은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가 내리네요. 6월에 로마에서 소나기가 내린다는 것은 아주 드믄 현상입니다. 3, 4월, 그 기막힌 지중해의 파아란 하늘과 짙은 감청색 바다를 금년에는 잃어버렸습니다. 한껏 기대가 컸던 지중해 바다는 몹시 섭섭해 하는 것 같네요. 대신 6월에 소나기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인지 모릅니다. 소나기가 내리니 3, 4월의 날씨처럼 서늘하고 유쾌하네요.

현재 지구촌은 나사가 풀린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난데없이 메뚜기 떼가 하늘을 뿌옇게 가릴 정도로 찾아와 사람과 짐승들이 먹어야 할 식물이나 푸른 잎들을 허기진 사람처럼 먹어치운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아프리카뿐 아니라 중동을 휘돌아 파키스탄, 그리고 중국까지 대 장정을 점령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 훈족이 유라시아를 정복하고 더욱 목말라하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 뿐인가요? 지금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어야 할 코로나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버틸 뿐 아니라 틈이 보이면 사정없이 머리를 디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서는 때 아닌 홍수가 일어나 수많은 댐을 위협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는 송충이가 그동안 알뜰하게 가꾼 산림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사람에게까지 가렴증에 시달리게 한다고 하네요.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환란 앞에서 숨쉬기도 어렵게 되네요. 놀라운 것은 이번 코로나는 선진국, 후진국이라는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 버렸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후진국으로 여기는 국가들의 피해는 크지 않는 대신, 세계 최고의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이 맥없게 강타를 당하고 있습니다. 온갖 진보된 의술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고, 또 놀랍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로 두 달을 입원했다가 죽음의 관문을 겨우 넘어 회복하고 퇴원한 사람에게  

무려 13억의 병원비가 청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참으로 코로나는 전 영역의 상식을 뛰어넘게 만듭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합니다. 어디를 가든지 1,50-2,00m를 떨어지게 합니다.

그 뿐입니까? 카페 한잔 마시기 위해 나가려고 하면 완전무장을 요구합니다. 군대생활 중 1968년도에 무장공비 김신조로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가는 동안도 완전무장을 해야 했습니다. 제대가 가까우면 훈련도 빼주고 영내 밖도 자주 나가도록 배려를 하는 시절이었는데 말입니다. 더 나아가서 군대 기간도 길어져 36개월이나 근무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원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늘그막에 복병을 만난 것 같습니다. 코로나라고 하는 지독한 복병 말입니다. 얼마나 지독한지 모든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간첩은 철저히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하는 것처럼, 코로나도 자신의 정체를 숨깁니다. 심지어는 코로나에 걸린 사람도 속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바이러스가 이미 몸 안에 들어와 거주하고 있는데, 자신은 까맣게 모릅니다. 전혀 증상도 없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스스럼없이 전합니다. 이 얼마나 놀랍고, 간교한 작자인가요? 마치 사탄의 하는 행동 같습니다.

이놈을 막기 위해 무장해야하는 부품이 많습니다. 입마개를 하고 비닐장갑을 끼고, 모자를 쓰고 핸드폰을 챙깁니다. 이런 일이 너무나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가끔 빼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이것저것 챙기다가 카페를 마시려 카페의 문 앞까지 갔다가 돌아왔습니다. 마스크를 빼먹었기 때문입니다.

언제 이런 거추장스러운 것을 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올 런지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카페를 마시러 들어가고 맛있는 식당을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게 하신 것도 감사한데 욕심이 너무 많은 건가요? 어제(6월19일) 이태리 감염자는 251명, 사망 47명입니다.

locielo88@naver.com

06.27.2020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