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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을 보다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예전에 극장에 가면 본 영화 상영 전에 쏠쏠한 재미를 주었던 것이 여러 예고편들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에 본 영화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본편에의 관심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예고편이다. 요즘에는 유튜브 등에서도 드라마나 영화 예고편을 볼 수 있다. 보셨던 것들 중에 어떤 예고편이 가장 인상적이셨는가? 최근에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내가 이번 여름에 본 예고편 중에 가장 강력한 것은 따로 있다. 유튜브나 영화관에서 본 것이 아니다. 비행장에서 보았다.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돌아오기 직전 천둥 번개를 만난 적이 있었다. 물론 비행기는 이륙하지 못했고 그 대신 게이트 앞에 큰 유리를 통해 드넓은 비행장에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번개들의 번뜩임을 보았다. 사람들은 번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도대체 언제 이 천둥 번개가 끝나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거야?'라는 듯이 짜증 섞인 표정으로 앉아 있기도 하였다. 나는 그때 찬송이 떠올랐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 볼 때/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천상의 소리를 듣고 천상의 빛을 보며 하나님의 존재를 생생히 느끼었다. 찬송만 떠오른 것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 어느 한 성경 구절도 생각이 나 급히 찾아보았다. “번개가 하늘 아래 이쪽에서 번쩍이어 하늘 아래 저쪽까지 비침같이 인자도 자기 날에 그러하리라” (눅 17:24) 그렇다. 내가 보았던 번개 치는 하늘은 예수님이 다시 오시는 날에 대한 생생한 예고편이었다.

 

여름은 가고 9월이 왔다. 도대체 이 여름은 무엇을 남기고 떠난 것인가. 수많은 예고편들을 보여주고 떠났다. 난리, 기근, 전쟁 등으로 엮어진 재림의 날에 대한 예고편들을 보여주다가 여름은 떠났다. 보았던 예고편들을 생각하면 가을이 괜스레 '심쿵 거리는' 낭만 일 수만은 없다. 흔들거리는 코스모스와 춤을 추는 부르스의 계절일 수도 없다. 형형 색깔의 국화꽃 앞에서 그 진한 향기에 취해 있을 수만은 없다. 가을에는 준비해야 한다. 하나님이 우주와 역사의 극장에서 보여주신 종말의 예고편을 가슴에 담고 더 늦지 않게 본편의 그 날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영상을 보았다. 바울 사도의 생애를 그린 영화 가운데 한 장면이었다. 바울과 바울이 있던 감옥의 간수장이 대화하는 장면에서 바울이 그 간수장에게 항해를 해 보았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사람이 손으로 바닷물을 떠 올리면 손에서 물이 금방 다 새나가지 않으냐고 하면서 사람들이 움켜잡으려 했던 모든 것들은 죽음과 함께 하나도 남김없이 다 새어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새어나가는 바닷물을 붙잡으려는 자들이 아니라 바다 전체를 소유하는 자들과 같다고 말을 이어갔다. 사라지지 않는 것을 붙잡는 것은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영원한 복음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영원한 복음을 전하다 순교의 목베임을 당하는 장면이 그 영상의 끝이었다. 그런 바울의 마지막 날은 그가 기대했던 예고편과는 달리 잘못된 날이었나? 아니다. 손으로 붙잡았던 모든 것이 새어나가는 날이 아니라 영원하신 그리스도의 손에 붙잡혀 하늘로 옮겨지는 영광의 날이었다.

 

지난 여름 어느 날, 어느 권사님에게 들은 이야기가 가을까지 같이 가고 있다. “목사님 저는 제로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제가 이 세상을 떠나는 그 날은 제게 주어진 모든 것이 복음을 위해 하나도 남김없이 쓰이다가 제로가 되어 주님에게 가는 날이 되기 원합니다.” 권사님은 마지막 날에 대한 자신의 예고편을 지금 남편과 함께 선교지에서 계속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09.03.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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