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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라고 다 같은 물이 아니다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꼭 십 년 전, 2012년 한국 여수에서 세계박람회가 있었다. 한국에서 사역하던 때라 시간을 내어 그곳에 가보았다. 그때 박람회의 화두(話頭)는 ‘물’이었다. 박람회의 주제도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The Living Ocean and Coast)’이었다. 인류는 오랫동안 ‘땅’을 중요시 여겼고, 근대에는 ‘기름’ 때문에 전쟁을 하였고, 요즘에는 ‘우주’를 놓고 각축을 벌인다. 그런데 그 박람회에서는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라고 외쳤고 그곳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박람회를 돌아보면서 다른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지만 삼면이 바다라는 놀라운 지정학적 축복을 새삼 깨닫기도 하였다. 이에 앞서 2007년에는 태안 기름 유출 사건이 있었다. 갑자기 생명의 바다가 죽음의 바다가 되었다. 태안 앞바다가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을 때 모든 국민이 나서서 모래사장과 해안의 바위틈에 스며든 기름을 닦아내면서 왠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도 함께 닦아내었다.

 

지난달 17일 인도에서 어이없는 일이 있었다. 인도 퍼자브주(州) 총리가  지역의 칼리 베인 하천을 찾아 물이 깨끗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유리잔에 물을 떠서 벌컥벌컥 마셨다가 극심한 복통이 나서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것이다. 그가 그날 마신 물은 오염된 물일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물은 사람의 생존에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 물이나 사람을 살리는 것은 아니다. 오염된 물은 사람을 병들게도 하고 죽게도 한다. 사람에게 필요한 물에는 깨끗함이 관건(關鍵)이다. 그것을 몸소 보이려던 어느 인도 정치가의 그날 행동은 어리석게 보이지 않았고 애절하게 보였다.

 

모든 인간은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가 있고 또 마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으니 이 일을 위한 국제적 협력이 절실하고 민간 차원의 역할도 요청된다. 물의 문제는 잠시의 해결책만으로 안 된다. 다소 오래된 방법이긴 하지만 물이 부족한 나라, 오염된 식수를 가지고 있는 지역에 우물을 파주고 관리까지 해 주는 사업, 빗물을 받아 잘 저장하고 공급하는 탱크 설치 등은 정부 차원 또는 민간 차원에서 아주 적절한 일이다. 지금은 더욱 발전된 방법들을 병행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보다 근원적이고 영구적인 물 문제 해결 방법들이 개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물’에 대한 관심을 누구든 접지 말아야 한다. 

 

교회는 더욱 그렇다. 교회는 ‘물’의 문제에 더 깊은 관심과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인류에게 물리적은 물은 하루도 떼어 놓을 수 없지만 또 다른 물이 정말 필요하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요 4:13-14) 교회는 예수님으로부터 흘러 나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를 이 세상에 줄기차게 공급해야 한다. 세상의 물만으로 만족하려는 사람과 영적으로 오염된 물을 마시기에 자기 영혼이 상하고 점점 죽어가고 있는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교회는 깨끗하고 정결한 생수를 마시게 해야 한다. 교회에서 나가 세상 속에서 변질된다면 필시 강단에서 흐르는 오염된 물을 마셨음이고 교회에서 나가 세상에서 변화된 삶을 산다면 필시 강단에서 흐르는 정결한 물을 마셨음이다. 물이라고 다 같은 물이 아니다

 

08.06.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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