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는 이스라엘과 바벨론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유명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3막에서 가슴 저미게 울려 퍼진다. 이 오페라 전체를 열어가는 것은 서곡에 있다. 서곡에 “나부코” 주제의 선율이 담겨 있다. 왜 “나부코”만 그런가. 모든 오페라에는 서곡이 있고 그 서곡은 짧은 시간 동안 오페라 전체를 감지(感知)하게 해준다. 설교에서도 그렇다. 모든 설교는 서론(序論)이 있고 그 서론을 통해 그날의 설교가 어떤 주제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있다. 물론 설교에 음악에 그리고 모든 소설, 드라마 등에 반전(反轉)이 있기도 하지만 그 반전조차 서론과 서곡, 그리고 소설과 드라마의 첫 이야기 중에 알듯 모를 듯 한 복선(伏線)이 심겨 있다.
“행복을 팝니다”라는 간판을 걸고 신장개업(新裝開業)한 가게가 있었다. 한 여인이 잔뜩 기대하고 그곳에서 들어가 행복을 큰 것으로 달라고 주문하였다. 그런데 가게 주인이 주는 것은 보이지도 않는 작은 것이었다. “아니, 행복을 큰 것으로 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작은 것을 주면 어떡해요?” 주인은 말했다. “우리 가게는 행복의 열매가 아니라 행복의 씨앗을 팔고 있답니다.” 행복의 열매는 행복의 씨앗으로부터 거둔다. 진실한 열매를 진실한 씨앗에서 출발한다. 씨는 뿌리지도 않고 열매는 갖겠다고 하지 말자. 씨를 심어야 거둔다. 그것도 심은 대로 거두니 콩을 심은 곳에서는 결코 팥이 나오지 않는다. 미움을 심은 자가 어찌 사랑을 거두겠는가. 기쁨을 심은 자가 어찌 우울을 거두겠는가.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계속 뿌리면 그것이 습관들이 될 것이요 그런 습관들이 만들 열매는 너무나 분명하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올해의 삶도 심은 대로 거두게 될 것이다. 지금은 거둘 때가 아니다. 심을 때다. 무엇을 심든 그것을 거둘 것이다. 지금 심는 것을 서곡이라 할 수 있다. 모두의 서곡은 연주되고 있다. 어떤 서곡인가. 너무 처지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처음부터 결론을 내듯이 너무 오버하는 것은 아닌가. 일단 1월에 전개되는 서곡이 잘 연주되어야 한다. 나의 서곡 속에 나의 올해의 많은 모습이 담겨 있다. 아름다운 일 년을 만들자, 멋진 한해를 일구자. 웅장한 서곡을 가진 오페라가 결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발랄한 서곡이 설움과 탄식으로 이어지는 선율을 만들지 않는다.
기뻐하자. 탁월한 지휘자를 만난 연주자가 그러하듯이 우리 모두 기뻐하자. 2022년 “사계(四季)”라는 작품을 연주하실 이가 우리 주님이시다. 탁월한 그의 솜씨를 확신하며 그의 손가락에 주의를 기울이자. 내 맘대로 점점 빨라져도 안 되고 내 생각대로 쉬어서도 안 된다. 주님의 손끝을 놓치면 듣기 싫은 음악이 된다. 주님의 섬세한 지휘를 따라 서곡부터 시작하여 올해의 연주를 잘 마치자. 허다한 구름같이 둘러선 하늘나라 청중들이 감동하여 기립박수 칠 정도도 삶을 사는 것은 진정한 지휘자 주님을 잘 따르는 데 있다. 서곡이 시작되었다. 자신의 서곡에 귀를 기울여 보라. 아름다운 서정적 서곡이든 의미심장한 서사적 서곡이든 그 서곡 안에 나의 일 년이 이미 짙게 깃들어 있다. 그러므로 서곡에 성공하라.
01.15.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