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그는 그렇게 떠나셨다. 홀로? 아니다. 지난 12월 13일 뉴저지 Franklin Memorial Park에서 은사(恩師)이신 고(故) 김인환 전(前) 총신대 총장님의 유골(遺骨) 하관예배가 있었다. 예배 가운데 첫 음을 집례하신 목사님이 다소 높게 잡긴 하셨으나 ‘하늘가는 밝은 길이’ 찬송이 우렁차게 메모리얼 파크에 울려 퍼졌다. ‘하늘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슬픈 일을 많이 보고 늘 고생하여도/ 하늘 영광 밝음이 어둔 그늘 헤치니/ 예수 공로 의지하여 항상 빛을 보도다’ 그렇다 은사님은 슬픈 일도 많이 보셨고 늘 고생이 많으셨다. 그래도 낙심하는 모습을 보이시지 않으셨다. 어려움을 안겨주는 자들을 품는 모습은 압권(壓卷)이셨다. 자신도 욕을 먹을지언정 비난 받는 자들의 곁을 떠나지 않으셨다. 상한 자와 약한 자와 함께하셨던 임마누엘 예수님의 모습을 은사님에게서 뵐 수 있었다. 지난 40년 가까이 한결같으셨다. 그는 그렇게 안기셨다. 누구에게? 예수님에게. 그날 예배의 찬송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내가 천성 바라보고 가까이 왔으니/ 아버지의 영광 집에 나 쉬고 싶도다/ 나는 부족하여도 영접하실 터이니/ 영광 나라 계신 임금 우리 구주 예수라’ 성탄의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 임마누엘이시다.
“God Is Good. All the Time!” 정말? 아니다. 그에게는 아니었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마약에 빠졌다가 계속 살 돈이 없어 아예 마약 딜러가 되어 끝내 감옥에도 갔다 온 사람, 그에게는 하나님이 이런 분이었다. “God Is Bad. All the Time!” 자기 인생의 방해꾼. 항상 나쁜 것만 골라주는 하나님. 그러던 그가 만났다. 성탄의 예수님을. 그는 이제 알았다. 성탄의 예수님은 자기를 사랑하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가장 고귀한 선물임을. 그는 굳게 믿었다. 자기와 함께 하시기 위해 오신 임마누엘 예수님을. 그는 어디서나 큰소리로 외치고 다닌다고 한다. “God Is Good. All the Time!” 얼마 전 다른 도시에서 홈리스 사역을 하시는 목사님이 들려주신 이야기이다. 홈리스들은 자기 인생을 스스로 망친 게으른 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아낌없이 보내주신 귀한 사람들이다. 사람은 외모로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 성탄절 임마누엘의 영성이다.
맨해튼의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화려하다. 2021년 성탄을 맞는 맨해튼은 팬데믹 이전보다 결코 못하지 않았다. 록펠러센터 앞의 대형 성탄 트리(tree), 건물마다 캐롤과 함께 펼쳐 보이는 형형색색의 성탄 관련 그림들이 눈을 휘둥거리게 한다. 성탄을 맞아 거리에 사람도 많고, 물건도 많고, 볼 것도 많고, 환호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데 유독 저 멀리 계신 분이 있으시다. 그분의 자리는 적어도 이 거리에는 없는 것 같다.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으라는 거니?” 물으시는 듯하다. 지난주 찬양대의 찬양가사가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맨해튼의 거리에서 들려져야 할 것 같다. ‘구세주 문밖에 계시는데 너는 왜 지체하나/ 주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너는 왜 모르는가/ 주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문밖에서 기다리며 닫힌 문 열릴 때 기다리네/ 주님은 기다리리네‘ “성탄의 예수님께, 맨해튼아 문을 열라!”
요즈음 사라진 풍경이지만 학교 선생님들의 가정방문이 있었다. 팬데믹 이후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여전히 목회자들의 가정심방은 있다. 그런데 그 집안에 학생과 부모가 있고 그 가정 안에 성도가 있음에도 문을 걸어 잠그고 선생님께 목회자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이 얼마나 서글픈 모습이겠는가. 그러나 그 어떤 서글픔도 첫 성탄절만큼은 아니다. 그때 사람들은 아기 예수님께 말했다. “빈방이 없습니다.” 오늘날도 예수님을 향해 “빈방이 없어요”는 유행가처럼 성도들에게 불린다. 그럴 수 없다. “성탄의 예수님께, 성도들아 문을 열라!”
그대에게 2021년도의 성탄절이 다가왔다. 예수님을 맞이할 빈방은 있으신가. 임마누엘로 오신 예수님은 과연 그대에게도 임마누엘이신가?
12.19.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