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지팡이를 손에 들고 앞으로 내민 모세의 조각상을 선물로 받았다. 그 조각상이 책상위에 있다. 위풍당당한 모세의 모습이다. 원래 모세가 들고 있던 지팡이는 모세의 아픔이요 상처의 지팡이였다. 그 손에는 지팡이가 아닌 왕의 홀을 들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어찌 장인의 양을 치는 초라한 지팡이를 들고 있었단 말인가. 누군들 이해했을까, 모세의 수치를. 하나님은 모세에게 부끄러운 지팡이를 던지라고 하셨고 다시 집으라고 하셨다. 그러더니 그 지팡이는 더 이상 고초의 지팡이가 아니었다. 하나님의 지팡이가 되었다. 애굽으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넉넉히 이끈 능력의 지팡이, 손에 들고 내미니 바다가 갈라지는 영광의 지팡이가 되었다. 모세의 상처는 회복되었다. 약함을 강함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이 그렇게 하셨다. 하나님은 상처를 영광으로 바꾸시고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이시다.
이웃 교회의 목사님으로부터 시를 전해 들었다. 목사님 교회에 남편과 어린 아이들을 두고 하늘나라로 떠난 집사님이 남긴 시라고 하셨다. “쉬지 않고 달려야만 먼저 도착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광야 길에서 만난 주님은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가도 그곳엔 아무 것도 없단다/ 많은 것을 소유해야만 안정적인 삶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말씀하셨지요/ 이 세상은 빈손으로 여행하는 나그네 삶이란다/ 노력하면 소망하는 꿈들이 이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주님은 말씀하셨지요/ 내가 너를 사랑하기에 너를 향한 나의 축복이었단다/ 주님은 제 몸에 가시를 주셔서 멈춤을 알게 하셨습니다/ 안정적이고 싶었던 삶의 모습도 주님께 맡기게 되었습니다/ 간절했던 바람도 소망도 주님께 먼저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주님을 만나 겸손함으로 낮아짐을 배웠습니다/ 남은 사람은 주님과 동행하는 삶이기를 소망하게 되었습니다/ 광야 길에서 만난 주님을 누구보다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은혜인 것을 알았습니다/ 이것이 축복인 것을 알았습니다/ 가시가 박힌 후에 알았습니다” 광야에서 주님의 음성을 들은 집사님은 육신이 광야에서 회복되지는 않으셨다. 그러나 저 좋은 천국에서 더 이상 아픔이 없는 완전한 회복을 누리고 계심이 분명하다.
하나님은 회복의 하나님이시다.
1988년 7월 25일부터 30일까지 역사적 모임이 시카고 윗튼 칼리지 빌리 그래함 센터에서 역사적인 일이 있었다. 제 1차 한인세계선교대회가 있었던 것이다. 수천 명의 선교사, 목회자, 평신도 수천 명이 함께 모여서 한국 디아스포라 선교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던 것이다. 매 4년마다 개최되었던 선교대회가 작년에 모여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팬데믹 때문이었다. 이 선교대회를 이끌어온 KWMC(기독교한인세계협의회) 연차 총회가 지난 주 볼티모어 벧엘교회에서 있었다. 2년이 늦어졌지만 내년 7월에 다시 한인세계선교대회를 열기로 결정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격변하는 세상, 변치 않는 복음: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라는 주제를 삼은 제 9차 세계선교대회 회복을 선언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내실을 더욱 기하고, 대회 중에도 대회 후에도 선교사님들과 교회들이 연계성을 갖도록 하며 젊은 선교사들을 발굴하고 세우는 일에 이전에 없던 관심을 갖겠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회복의 하나님이시다. 더 멋지게 회복하신다. 상처가 회복된 모세만 아니다. 더 좋은 회복을 누리시는 집사님만이 아니다. 새로움을 더한 한인세계선교대회뿐만이 아니다. 하나님은 허물어진 예배도 더 뜨겁게 회복하시고, 깨어진 가정도 더 아름답게 회복하시고, 끊어진 관계도 더 끈끈하게 회복하시고, 망가진 모든 것들을 더 든든하게 회복하신다.
이제 우리가 회복할 것이 있다. 회복시키시는 하나님께 드릴 감사이다. 열 명의 나병환자이야기에서만 볼 수 있는 것만이 아니다. 회복된 아홉 명만이 아니다. 회복시켜달라는 우리의 소리도 크다. 회복시켜주신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의 소리는 없거나 작다. 추수 감사절이다. 다시 살펴보자. 감사의 볼륨이 망가지지 않았는지. 고장 난 감사를 회복하자. 회복을 감사하자. 감사를 회복하자.
11.20.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