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마지막까지 힘겹게 붙어있던 나뭇잎들이 낙엽이란 이름으로 하나둘씩 떨어지면서 2021년도 올 한해도 저물어 간다. 우리의 모든 나날이 그렇듯이 올 한해도 일상(日常), 기적, 또는 가시로 엮어져 왔다. 일상, 기적, 가시 각각 모습은 달라도 모두가 은혜를 흠뻑 머금고 있다. 사람은 특별한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일상에 담겨 있는 풍성함은 특별함이 전혀 부럽지 않다. 하루하루 이어져 온 일상에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가 넘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일상의 은혜 가운데 마스크가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답답했던 마스크가 지금은 일상이 되었다. 지금(present)은 선물(present)이라고 하지 않던가. 지금 일상이 된 마스크는 무시무시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을 잘 막아주는 선물이다. 그뿐만 아니라 나에게 일상이 된 마스크는 매년 고생했던 감기에서 확실히 벗어나게 해준 선물이기도 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스크의 일상은 은혜의 일상, 감사의 일상이다.
기적에는 분명히 하나님의 은혜가 넘친다. 그럴 수 없는 일이 역전되는 것은 확실한 기적이다. 지난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서 가을 새벽 부흥회가 있었다. 지난 화요일에 대표 기도자는 어느 여 집사님이었다. 기도 단에서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로 불같은 기도, 권세 있는 간구가 쏟아졌다. 그는 한동안 가슴을 치며 기도하였다. 무엇이 맺혀 있었는지 어깨는 처져 있었고 가슴 치는 소리는 새벽마다 몇 달 동안 계속되었다. 교회에서 뭔가 가장 슬프고 억울한 여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그 소리가 가슴을 치는 것이 아니라 하늘 문을 두드리는 소리로 들렸다. 마침내 그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슬픔이 아니라 기쁨으로, 웅크림 아니라 당당함으로 바뀌었다. 가장 억울한 것 같았던 집사님이 이제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역전의 기적이 그의 기도 가운데 있었다. “기도를 멈추지 마라/ 눈앞의 상황이 마음을 눌러도/ 원망치마라 너의 입을 지켜라/ 저들은 너의 입을 보고 있다/ 마음을 뺏기지 마라/ 내가 널 도우지 않는단 소리에/ 너의 모든 게 모든 게 불리해도/ 너는 기도를 계속해라/ 너 기도를 멈추지 마라/ 내가 너의 그 모든 상황을/ 바로 역전시키리니/ 저들의 힘이 너를 압도해도/ 저들의 힘이 네 숨을 조여도/ 너는 보리라 기도의 능력을/ 내가 역전시키리라/ 너 기도를 멈추지 마라/ 내가 잠시도 쉬지 않고/ 모든 걸 지켜보고 있으니/ 바로 역전되리라/ 이제 역전되리라” 기적의 은혜는 크고, 역전의 은총은 놀랍다. 역전의 기적에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시 또한 그렇다. 풀 브랜드라는 사람이 한 한센병 환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하나님께 받고 싶은 가장 귀한 선물이 무엇입니까?” 그가 대답했습니다. “내게 고통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통의 감각이 마비된 채 살아가는 그에게 가장 귀한 선물은 고통이었다. 가시, 인생의 고통이 주는 유익은 한둘이 아니다. 올해 수많은 가시가 있었다. 코비드 19에도 감염되었고, 심장 시술도 받았고, 아내 또한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그런 가시가 없었다면 어떨 뻔했을까. 그런 가시가 아니면 결코 깨달을 수 없었던 은혜, 누릴 수 없었던 은혜들. 그렇다. 일상은 변함없는 하나님의 은혜, 기적은 파격적인 하나님의 은혜, 가시는 숨어있는 하나님의 은혜이다. 모습은 달라도 모두가 하나님의 갚을 길 없는 은혜이다. 올해를 돌이켜보며 일상에도 감사. 기적에도 감사, 가시에도 감사. 무한 감사할 뿐이다.
11.13.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