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튤립 꽃을 들자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내일은 1517년에 시작된 종교개혁 504주년 기념일이다. 온 세상을 헤집고도 아직 끝이 안 보이는 팬데믹 때문일까. 어떤 감격도 기대도 없는 쓸쓸한 날이 될 것 같다. 도대체 어디에 마음을 두고 무엇에 소망을 둘지 온 인류는 방향을 잃고 휘청대고 있다. 이러 할 때 교회마저 실망하고 있으면 안 된다. 실망 대신 꽃을 들어보자. 이 가을날 무슨 꽃을 들까? 튤립(TULIP)이다. 그 꽃을 들면 꽃을 든 자부터 시작해 주변에도 선한 영향을 준다. 

 

네덜란드를 주산지로 하는 아름다운 꽃 튤립(TULIP). 꽃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듯이 튤립도 애틋한 전설을 품고 있다. 한 소녀가 세 청년에게 동시에 청혼을 받게 되었다. 높은 신분의 왕자, 용감한 기사, 그리고 돈 많은 상인의 아들.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소녀는 누구와도 결혼하지 못했다. 그 소녀가 죽으며 핀 꽃이 튤립인데 그래서 전체 모양이 왕관 같고, 꽃잎 끝은 칼 같으며, 색깔은 주로 황금빛을 띤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피어난 또 하나의 튤립(TULIP)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전설이 아니라 진리다. 종교개혁의 불이 전 유럽에 번질 때 네덜란드는 신학적 대격돌의 현장이었다. 그 치열한 장소에서 1618년과 1619년 사이에 피어나 만개(滿開)된 꽃이 있으니 그 이름이 튤립이다. Total Depravity(전적 부패): 모든 인간은 그 본성이 타락하여 구원에 필요한 믿음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 한다/ Unconditional Election(무조건적 선택): 누구에게 참된 믿음을 줄 것인지에 대한 하나님의 선택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다/ Limited Atonement(제한 속죄): 주님의 속죄는 택한 자를 위한 것이다/ Irresistible Grace(불가항력적 은혜): 하나님이 믿음을 주시기로 작정하신 사람은 구원을 거절할 수 없다/ Perseverance of the Saint(성도의 견인)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은 하나님의 심판을 받는 자리로 결코 떨어지지 않고 구원이 반드시 성취된다. 이 튤립은 종교개혁의 진수를 보여주며 그 뿌리가 성경에 있음을 드러내는 진리의 꽃이다. 

 

네덜란드 튤립 꽃 이야기는 계속된다. 네덜란드에는 개혁주의자들이 많이 일어났다. 후룬 봔 프린스터, 아브라함 카이퍼, 헤르만 바빙크 등은 비범한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 바빙크를 보라. 그 또한 아주 멋진 튤립(TULIP)이었다. Theologian: 그는 탁월한 신학자/ Umpire: 그는 정확한 판단자/ Leader: 그는 열정적인 지도자/ Improver: 그는 발전을 도모하는 자/ Pastor: 그는 신실한 목사. 그렇다. 다양한 은사를 가진 그가 여러 영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통해 남긴 족적(足跡)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선명하다.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날, 암울할 수는 없다.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 교회가 낙심하면 세상은 어쩌란 말인가. 교회여 다시 꽃을 들자. 튤립 꽃을 들자. 왕관과 칼과 황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름다운 튤립 꽃을 들자. 다섯 송이로 묶여진 진리의 튤립 꽃을 들자. 헤르만 바빙크의 삶과 사역이 보여준 풍성한 튤립 꽃을 아울러 들자. 튤립 꽃을 든 자는 필시(必是) 다르게 살게 되리라.

10.30.2021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