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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기적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지난 주간에는 숨고를 시간이 없었다. 필자가 속한 교단의 화상 총회가 이틀 동안 이어졌고 그 다음 날 목요일, 예정된 심장혈관 스탠트 시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전 수영 때문이었다. 작년에 수술한 어깨가 너무 더디게 회복되어 수영을 열심히 하면 좋겠다는 판단으로 예전부터 가끔 다니던 수영장에 갔다가 심장의 통증을 느꼈다. 수영을 잘하는 솜씨는 아니지만 몇 차례 왕복하고도 숨 쉬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그날은 달랐다. 수영코스를 딱 한번만(one way) 지났을 뿐인데 심장이 아려왔다. 가만히 서서 심장을 쓸어내리며 2-3분 지나니까 괜찮아졌다. 그러려니 하고 몇 날 동안 수영을 다녔는데 계속 비슷한 상황을 만나게 되었다. 심장전문의를 찾아 심전도 검사, 심장 초음파 검사, 스트레스 등의 검사를 몇 번에 걸쳐 받았고 의사는 동맥혈관에 문제가 있다며 서둘러 시술 날짜를 잡았다.

 

“동맥혈관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는 직접 들어가 보아야 합니다.” 여러 검사 결과 끝에 들려준 의사의 말은 일반적인 것 같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스탠트 시술은 가볍게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분위기 속에 한 시간여의 준비 시간을 걸쳐 마침내 수술실에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혈관이 99%가 막혀있고 1%가 남아 있었습니다.” 시술을 마친 의사의 말이었다. 그러면서 시술 전과 시술 후의 영상을 비교하여 보여주었다. 의사 말대로 동맥혈관 99%가 꽉 막혀있었던 시술 전의 끔찍한 모습을 눈으로 보았다. 그것은 심장과 연관된 세 동맥 중 가장 중요한 혈관이라는 설명도 들려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스탠트를 넣어 혈관의 피가 힘 있게 흐르는 시술 후의 모습도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었다. 그동안 서로 막혀있었던 피가 함께 만나 혈관 속에서 즐겁게 춤추는 모습 같았다. 문제가 있었던 두 혈관 중 다른 하나는 회복이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중요한 혈관을 회복했기에 사는 데는 이상이 없다고 하였다. 그동안 동맥 혈관 셋 중 하나로 살아온 셈이라고 의사는 놀라워했다.

 

나는 그날 집으로 갈 수 없었다. 회복실에서의 긴 시간을 보내고 병실에 계속 누워있어야 했다. 잠이 들지 않는 길고 긴 밤이었다. 다음날 아침 의사가 밤새 어려움이 없었는지 나의 상태를 살피러 왔다. 몇 가지 질문을 던진 다음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그동안 제가 본 환자 중에 가장 심각했습니다. 동맥 하나는 망가지고 중요한 하나는 1%만 남아 있었는데 벌써 어느 날 갑자기 숨을 멈췄을 것입니다. 제가 밤새 이런 환자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목사님이 믿으시는 하나님이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누가 하나님을 높이고 있는가. 믿음이 있다던 목사가 아니라 믿음이 없었던 의사가 확신을 가지고 하나님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 날 밤에 나만 잠을 못잔 것이 아니었다. 의사도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의사가 그 날 낮에 경험했던 기이한 일에 대한 묵상을 하다가 그 1%의 기적은 하나님이 만드셨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나는 그동안 나의 심장이 이런 상태인지 전혀 몰랐다. 하나님은 더디게 회복된 어깨를 가지고 수영장으로 가게 하셨고 심장의 연약을 발견하여 시술케 하셨다. 장로님들은 늘 부족한 목사의 시술을 앞두고 고리 금식을 하였고 교우들도 뜨겁게 기도하였다. 기도하는 공동체에 1%의 기적은 늘 있었고 또 있을 것이다. 사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신 하나님께 1%는 사용하시기에 넉넉한 숫자이다. 

05.29.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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