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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You)와 유(ευ)에는 순서가 있다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미국 청년이 한 눈에 반한 한국자매에게 “Who are you?(당신은 누구이십니까?)” 라고 물었다. 그 자매는 유씨 성(姓)을 가진 터라 유창한 영어로 “I am Yu(나는 유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 형제가 듣기에는 “I am you(나는 당신이에요)”라고 들린 것이다. “나는 너야!” 아~아~ 이처럼 의미심장한 말이 어디 있겠는가? 그 한 마디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던 그 형제는 그 자매에게 프러포즈하였고 마침내 그들은 민족을 뛰어 넘는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는 러브스토리(love story)가 있다. 

“유(ευ)”라는 단어는 헬라어로서 “잘했다”라는 의미이다. 예수님이 마태복음 25장에서 달란트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이 단어를 사용하셨다. 그 비유 안에 주인이 충성스러운 종들에게 칭찬한 말이 바로 “유”라는 한마디였다. 이 단어를 한국어 성경에는 “잘하였도다!”로, 영어 성경에는 “Well done!"으로, 중국어 성경에는 “호(好)!”라고 번역해 놓았다. 이 외마디 단어에 충성스런 사람의 일생을 높고 넓고 깊게 평가하시는 하나님의 심원(深遠)한 뜻이 담겨 있다.

지난 2월 9일 밤에 있었던 92회 오스카 영화상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한국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의 수상작으로 불리면서 4관왕에 올랐다. 한국 문화의 세계적인 역량(力量)을 여실(如實)히 보여준 쾌거(快擧)였다. 이 영화제의 심사위원은 물론이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엄지 척’(thumbs up)과 함께 “Well done!”이라고 외쳤다. 봉준호 감독에게 쏟아진 찬사 전에 무엇이 있었을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 앞서 있었다. “영화가 바로 내 인생이다”는 고백이 앞서지 않았다면 오스카 4관왕의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니들 그러다가 하늘나라 가서 개털모자 쓰고 다닐 줄 알아!” 교회 선생님이 그러시니 천국에 정말 개털로 만든 개털모자가 있는 줄 알았다. 선생님 말씀도 안 듣고 뺀질뺀질 거리다가 영원히 벗을 수 없는 개털모자를  쓰고 천국에서 오고가면 모양이 한참 빠질 텐데 어떻게 하나 걱정이 적잖이 들었다. 신앙생활을 어렸을 적부터 잘하라는 선생님의 뜻 깊은 마음은 알았지만 천국에는 확실히 개털모자가 없음을 확인하고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성경에 보니 천국에 개털모자는 없고 그 대신 면류관은 많이 있다. 영광의 면류관, 생명의 면류관, 의의 면류관, 자랑의 면류관, 썩지 않을 면류관 등이 있다. 이 땅에서 영화인들의 주는 아카데미 상 받고도 저렇게 좋아하고 사람들이 “Well done!” 했다고 기뻐하는데 주님이 주시는 면류관 시상식에 여러 차례 이름이 불린다면 주님이 나를 보고 “Well done!” 하신다면 얼마나 감격스럽겠는가.

우리에겐 유(You)와 유(ευ)가 필요하다. 그런데 유(You)와 유(ευ)는 순서가 있다. 우리가 주님께 먼저 “저는 주님의 것입니다(I am you)”라는 사랑의 고백을 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주님의 일도 충성스럽게 감당할 것이요 마침내 주님의 “유(ευ) 잘하였도다”라는 평가를 듣게 될 것이다. 유(You)없이 유(ευ)는 없다. 사랑은 무거운 것을 가볍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랑으로 하는 일은 마침내 감동과 칭찬을 자아낸다. 하늘 면류관 4관왕이 되려면 먼저 주님을 죽도록 사랑해야 한다. 

 

02.2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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