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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

김성국 목사

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그 상담이 있었던 것은 2018년 7월이었다고 한다. 멘로(Menlo)교회에서 자원 봉사하는 사람이 존 오트버그(John Ortberg) 목사님을 찾아온 것이다. 그가 어린아이들에 대해 성적 매력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데 그렇다고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고백을 하면서 상담을 요청한 것이다. 

존 오트버그 목사는 누구인가? 그는 한 때 윌로우크리닉교회에서 유명한 설교 목사로 사역했고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멘로교회 담임이기도 하다. 그는 상담을 하면서 그 자원봉사자를 매섭게 질책하는 대신 기도해주겠다고 하였고 그 후에 적절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 자원봉사자가 교회 어린아이들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계속 일을 하게 하였고 이 상담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일이 알려지게 된 것은 오트버그 목사의 아들 다니엘 레이버리(Danile Lavery) 때문이었다. 성전환자(transgender)인 레이버리는 아버지의 상담 사실을 알게 된 다음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아버지에게 강하게 요구하였다. 오트버그 목사는 아들의 요구를 거부하였고 그 아들은 마침내 아버지의 상담 내용과 그 후의 조치를 공개하였다. 멘로교회 당회는 이 일을 조사하면서 오트버그 목사를 최근까지 담임목사 사역에서 떠나 있도록 하였다. 애매모호한 상담과 그 후에 계속된 애매모호한 태도들이 일을 점점 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애매모호한 태도는 외부적 상황에서만 보이는 반응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에 애매모호함을 보이며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망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개인은 누구나 독특하고 특별하고 가치가 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며 항상 자신을 다른 모습으로 애매모호하게 포장하려는 시도가 도처(到處)에 있다. 

신학생 때에 부러운 분들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 멋지게 설교하시는 목사님들이시다. 나도 장차 강단에서 그 목사님들처럼 목소리 톤을 내면 목회가 잘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동부이촌동의 목사님, 압구정동의 목사님, 여의도의 목사님 등등 모든 분들을 한꺼번에 닮으려 한 것이다. 나를 다시 찾기까지 그렇게 오래 방황치 않아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나는 지금까지 세 분 목사님의 이름을 조합한 하선기(河善基) 목사로 애매모호하게 살 뻔했다.

애매모호는 아주 기막힌 가면(假面)을 하나 가지고 있다. '신중함'이란 가면이다. 애매모호와 신중함은 격(格)이 다르고 결이 다르다. 신중함은 그 자신을 품위 있게 만들고 주위를 평안하게 만든다. 애매모호는 자신을 그르치고 주위를 매우 난감하게 만든다. 한국 TV 프로그램 중에 개그콘서트가 있다. 예전에 “애정남”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애정남”이란 “애매한 것을 정리해주는 남자”의 약자이다. 사람들이 애매하게 여기는 문제에 대한 답을 유머러스하게 풀어갔던 인기 코너였다. 그러나 현실에서 나의 애매모호함 태도를 누가 해결해 주겠는가. 

나의 애매모호함은 내가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바울은 애매모호함을 스스로 이렇게 거부했다. “예 예 하면서 아니오 아니오 하는 일이 내게 있겠느냐” 그렇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예”와 “아니오”가 분명해야 한다. “No! 라고 말할 줄 아는 그리스도인” 이란 책은 애매모호한 태도의 치유책을 스스로 갖는데 매우 도움을 준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삶의 각 영역에 바운더리(boundary)를 세워 그 경계선을 넘어 오는 것들을 향해 “NO!” 라고 외치라고 저자(著者)는 외친다. “맞는” 것을 분명히 “맞다"고 하고, ”아닌“ 것을 단호히 ”아니다“라고 할 때 애매모호는 사라진다. 

내 삶에서 더 이상 늦지 않게 외칠 말이 있다. ”애매모호여 안녕!“

02.15.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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