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퀸즈장로교회 담임
가수 조영남씨가 부른 번안 가요가 있다. 제목은 “물레방아 인생.” 그 가사는 이렇다. “세상만사 둥글둥글 호박같은 세상 돌고 돌아 정처없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기웃기웃 구경이나 하면서 밤이면 이슬에 젖는 나는야 떠돌이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여기에서는 인생의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정처 없이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돌고 도는 것이 인생이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라고 설문 조사를 해보면 건강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을 것이다. 사실 건강을 잃으면 제아무리 좋은 것도 제대로 유지하기 힘들다. 그 밖에 중요한 것들을 꼽으라면 돈이나 가족 같은 것들이 설문조사의 상위그룹에 속하리라.
여름을 맞아 많은 교회가 단기선교에 나선다. 현장에서는 짧은 선교 시간이지만 준비하는 과정과 선교지에 오고가는 시간들 가운데 경험하는 다양한 일들을 살펴보면 그 의미나 결과마저 짧은 것은 결코 아니다. 선교 현장에서 빚어지는 갈등, 영적 전투의 긴박감, 작게나마 확인되는 열매의 기쁨들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 등은 단기선교의 예외 없는 이야기꺼리이다.
올해 단기선교를 카작스탄과 키르기스탄에 다녀왔다. 카작스탄 알마티에서의 사역을 마무리하고 네 시간 가까이 걸린 키르기스탄으로 이동하는 차에서 혼자 나즈막이 불렀던 복음찬송이 있었다.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성 오 거룩한 곳 아버지 집 내 사모하는 집에 가고자 한밤을 새웠네 저 망망한 바다위에 이 몸이 상할 찌라도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주 복음 전하리 아득한 나의 갈길 다가고 저 동산에서 편히 쉴 때 내 고생하는 모든 일들을 주께서 아시리 빈들이나 사막에서 이 몸이 곤할 찌라도~~~” 그 차 안에서 미약하지만 오늘은 이곳 카작스탄에서 내일은 저곳 키르기스탄에서 복음을 전한다는 생각을 하니 모든 피곤함이 몰려가고 남모를 뿌듯함이 몰려왔다.
누군가 “뭣이 중헌디?” 라고 내게 물었다면 그 버스 안에서는 주저 없이 답했으리라.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에서 주 복음 전하는 것”이라고. 그 버스 안에서 그런 설문조사를 한 사람은 없었지만 내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은 있었다. “나는 단기선교를 독려도 하고 참여도 하지만, 그리고 늘 선교의 우선성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선교적 삶을 살고는 있는가?” 선교적 삶이 없는 선교는 그것이 장기선교이든 단기선교이든 위선이다. 자기만족을 위한 퍼포먼스(performance)에 지나지 않는다. 삶 자체가 선교여야 한다. 삶이 복음이고 복음이 삶이 아니라면 누가 그 사람 입에서 나오는 말만 가지고 자기의 익숙했던 삶을 바꾸겠는가. 바꾼다하여도 실망한 그 전도자 때문에 그의 변화는 오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사람의 구원이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것이 아니다. 구원은 전도자의 행실이나 전도 받는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오직 예수님의 행하심에 달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구원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 우리 말고는 다른 방법을 이 땅에 두지 않으셨다는 사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카작스탄에서 키르기스탄으로 가는 초원길에서 소떼들을 보았다. 그러다가 버스가 어느 시내도로를 통과하는데 그 도로 사이를 과감히(?) 걷는 소떼들도 보았다. 해가 뉘였뉘였거리자 소들이 자기 집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그들의 낮은 어땠을까? 말을 타고 그 소들을 몰고 다니며 먹이기도 하다가 저녁에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도록 애쓰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말을 타고 그 일을 한 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차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때 자기가 멋지게 보이느냐 아니냐가 아니었다. 소떼를 잘 먹이고 잘 몰아가다 마침내 집으로 잘 돌려보내는 것이 그들에겐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네 인생 가운데 뭣이 가장 중헌디?” 누군가 묻는다면 무엇이라 답하겠는가. 버스 안에서만 아니라 버스 밖에서도 동일한 대답이어야 한다.
08.10.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