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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친구를 본향에 보내며

(오도넬 이야기)

 

지난 7월의 마지막날 한 난민 친구의 장례식을 인도하고 왔다. 지금까지 여러번의 장례식을 인도했지만 오늘은 조금 가슴앓이가 있는 장례식이었다.

2015년 11월 우리 교회에 처음 출석한 아이티출신 난민 친구 오도넬 (Odonel Archange)형제는 우리 교회의 몇 안되는 난민 출신 교인이다. 나이는 40밖에 되지 않지만 4딸의 아버지요, 3명의 손주를 둔 할아버지이기도 했다. 불어와 영어가 유창했고, 항상 주일이면 말끔하게 양복을 입고 예배를 드리는 아이티의 신사였다.

 우리는 2015년 11월 8일 주일 처음으로 만났다. 설교 후 광고 시간이었는데, 그날 처음 출석한 오도넬 형제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목발을 짚고 설교단 쪽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는 자기가 당뇨병으로 인해 다리를 절단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고 자기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설교단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었다. 나와 교인들 모두가 놀랐다. 그러나 그의 요청이 너무 간절했기에 나와 교인들은 그를 위해 함께 기도했다. 지금 그를 힘들게 하고 있는 질병과 그의 영혼의 구원을 위해 기도했다.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그 날부터 오도넬 형제는 매주 교회에 나왔고, 그의 다리는 완전히 회복되어 목발 없이도 편안하게 걸어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해 2016년 4월 부활절, 오도넬 형제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영접하고 세례를 받았다. 그는 비로소 천국 백성이 되었다. 

이후 우리 교회 보아즈 사역에 참석하여 다른 난민 친구들과 함께 컴퓨터 강의를 통해 말씀을 배우고 컴퓨터 기술을 배웠다. 보아즈 프로젝트 (Boaz Project)는 지난 2007년에 시작된 우리 교회 난민 사역으로써, 시라큐스 지역으로 이주해온 난민들을 돌보고 그들이 이곳에서의 삶을 이루어갈 수 있도록 컴퓨터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사역이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나라 이스라엘에 온 난민이었던 모압 여인 룻을 사랑으로 돌보았던 보아스처럼 이 땅에 온 난민들에게 컴퓨터를 도구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봄학기, 가을학기 각각 10주 동안 창세기 1:1의 말씀과 요한복음 3:16의 말씀을 토대로 컴퓨터 수업 커리큘럼을 만들어 창조주 하나님과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있다. 컴퓨터 기술 뿐만 아니라 Clothing Drive와 Picnic을 통해 함께 친구가 되어 주는 시간을 갖는다. 이 사역을 통해 지금까지 40개국에서 온 1700여명의 난민 친구들을 만났고, 그 중 한 명이 바로 오도넬 형제이다. 

그 후로 지금까지 그는 부두교를 믿는 자신의 가족과 친척, 그리고 친구들이 자신을 방문할 때마다 그들을 교회로 데리고 왔고, 함께 예배를 드리도록 하였다. 또한 믿지 않았던 아내를 교회로 인도하여 세례를 받게 하기도 했다. 가족이 있는 뉴저지로 갔었지만 채 3주가 되지 않아 이곳이 더 좋다고 다시 시라큐스로 돌아와 꾸준히 교회에 출석하기도 했다. 

나는 그가 더욱 담대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여러 가지 다른 건강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잘 견디어 갔고, 미국에서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렸다. 복되고 평안 가운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너무도 보기에 좋았다. 진정한 복음을 알았기에 누릴 수 있는 축복이었다.

그는 우리 교회를 너무 사랑했다. 항상 우리를 만날 때마다 이 교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자신을 살려주셨다고 기뻐하고 감사했다. 교회에 오는 것을 너무도 기뻐했고, 매주 정성을 다해 예배를 드리는 그의 모습은 보는 우리 모두에게도 큰 기쁨이었다. 그렇게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참된 신앙인로서 살아왔다.

그러던 지난 7월 22일, 수영장에서 심장 쇼크를 일으켰고, 결국 오도넬 형제는 그 사고로 생명을 잃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우리는 모두 슬퍼할 겨를도 없는 힘든 마음에 어쩔 줄 몰랐다. 너무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오도넬 형제를 떠올리면 좀더 우리와 함께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깊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는 조금 빨리 이 땅에서의 나그네의 삶을 마치고 영원한 본향인 천국으로 간 것이다. 그가 그렇게 사랑했던 하나님 곁으로 간 것이다. 

지난 7월 31일, 그의 가족과 교회의 가족들과 함께 그가 천국으로 가는 환송식을 가졌다. 이제 더 이상 이 땅에서 그를 볼 수는 없지만 더 나은 본향으로 가는 그를 우리는 모두 기쁨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슬퍼하는 유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임하기를 기도했다.

어느 교인이 예배를 마치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많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너무 복된 자' 라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원한 소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을 수 있었기에… 그리고 그의 마지막이 하나님과 영원히 함께 하는 삶으로 마무리되었기에… 

나를 비롯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 모두는 우리의 삶의 종착역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죽음이며, 그 죽음의 때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죽음 이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해가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와 함께 했던 오도넬 형제를 통해 우리 교회에 복음의 귀한 열매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이 사역을 계속해서 이루어가야 하는 분명한 이유와 새로운 힘을 얻고 다시 한번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향해 달려가보기로 한다.

workman4yeshua@gmail.com

08.1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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