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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은 바로 내 안에 있다!

김재열 목사

미주한인예수장로회 총회장, 뉴욕센트럴교회 담임

신혼 시절에 있었던 부끄러운 기억 하나가 가끔씩 떠올라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사랑하는 아내로부터 백금 링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호사스러운 반지를 결혼 선물로 받았다. 그 당시에는 흔하지 않은 고가품이어서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나이에 비해서 외모가 어려 보여서 가끔씩 무시를 당하는 것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도 늘 결혼 반지를 끼고 다녔다. 내 생애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이 결혼 반지는 나의 정체성을 때때로는 일깨워 주기도 했다. 아! 이제 나는 처자가 있는 몸이구나! 한 가정의 가장이로구나! 반지를 볼 때마다 자신의 입지를 바로 확인하기도 했었다.

화장실에서 딱히 읽은 거리가 없을 때엔 여지없이 다이어몬드 반지를 꺼내 들고 불빛에 비춰 보면서 영롱하고 찬란한 가지각색의 빛을 발하는 다이아몬드의 황홀함에 빠지는 여인들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것 같기도 했었다. 콩 한 톨 크기도 안되는 쪼끄만 다이아몬드 조각에 취해서 내가 마치 부요한 왕이 된 기분에… 취하기도 하면서 ‘아! 나는 행복한 사람이로구나’… 은근한 자위감에 빠지곤 했었다. 

그런데 이 백금 다이아몬드 반지가 작은 실망을 안겨주곤 했었다. 한 두 주간 끼고 다니면 반지 색갈이 검게 변하면서 귀티도, 부티도 사라져 우중충해 보였다. 그때마다 원래 백금 성질이 그렇다는 말이 생각이 나서 치약으로 정갈하게 닦아 내곤 했었다. 그러면 다시 은은한 자태를 드러내곤 했었다. 이런 일들을 반복하던 어느 날 반지를 타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떨어진 순간에 반지는 알맹이와 몸체가 둘로 떨어져서 아주 볼품없는 꼴이 되고 말았다. 마치 내 행복한 삶이 깨어진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초라해 보였다. 백금 링은 마치 군사들을 잃어버린 패전의 장수처럼… 홀로 남은 다이아몬드 부품은 시녀들이 다 떠나버린 쫓겨난 공주처럼 아주 초라한 모습으로 급변을 해버렸다. 

정말 보잘 것 없는 작은 조각난 반지를 싸 들고 동서 형님이 운영하는 금은방으로 달려갔다. 내가 받은 결혼반지는 금은방 사업을 하는 처형 부부가 결혼 선물로 제공한 것이었다. 며칠 후에 전화가 걸려왔다. ‘하!하! 이런 경우가 있네~~ 그 백금반지 말이야… 백금이 아니고 오백원 짜리 동전을 녹여서 만들었다고 하네~~’ 세상에 이런 일이? 실무를 모르는 주인을 세공업자가 속여왔던 것이 탄로가 났다. 한두 번이 아니라 상습적으로 여러 업체에서 잇속을 차린 그 직원은 법의 제재를 받고 있다고 했다. 난 그때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그래! 이 눈곱만한 다이아몬드에 눈이 어두워 그걸 들여다보며 행복을 느껴? 오백원짜리 동전이 부티가 나? 하! 하! 이 어리석은 사람아! 물론 그 작은 반지에 목숨을 건 것은 아니었지만… 잠깐이라도 헛 것에 마음을 줬다는 것 자체가 몹시도 부끄럽게 느껴졌다. 작았지만 깊은 깨달음과 회개하는 기회가 되었다. 

“우상들은 은과 금이요 사람이 손으로 만든 것이라”(시115:4) “우상은 거짓이고, 생기가 없고, 헛 것이라”(렘 51:17-18) 

그 날 이후로 지금까지 내 손가락에는 영롱한 다이아몬드 백금 반지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지만… 비교할 수 없는 진리의 가락지가 끼어 있었다. “각양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서 내려오나니… ~ 우리로 한 첫 열매가 되게 하시려고 자기의 뜻을 좇아 진리의 말씀으로 우리를 낳으셨느니라”(약 1:17)

내 자신의 삶이 주께서 세우신 높은 산 동네의 등불이 되어 어둠을 환하게 밝히는 찬란한 등불이 되게 하소서! 아무것도 없는 내 손가락을 보며 오늘도 기도를 드린다. 

 jykim47@gmail.com

09.16.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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