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이내 재발 확률 높아
허파(폐)는 대기 중에서 산소를 공급해주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주는 고마운 기관이다. 옛말에 조그만 일에도 실없이 웃는 사람을 두고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라고 하는데 의학적으로 보면 전혀 틀린 말이지만 실제로 허파에 바람이 들어서 생기는 병도 있다.
-은행에 근무하는 50대 후반의 남성 임 모씨는 사우나 도중에 심한 기침과 함께 오른쪽 가슴에 통증을 느꼈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잠깐 자리에 앉아 있다가 일어섰는데 숨이 차고 가슴이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숨이 차서 병원을 찾아왔다. 임 씨는 5년 전 기흉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고 그 후에 의사에게 폐기종이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특별한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없었다. 젊어서부터 애연가였던 임씨는 지금도 하루에 담배를 두 갑 이상 피우고 술도 가끔 즐기는 편이었다. 담배를 끊으려고 니코틴 패치도 사용해보고 담배 끊는 약도 써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검진상 혈압은 수축기 140mmhg, 이완기 100mmhg였고, 맥박이 분당 105회로 빠른 편이었다. 혈중 산소 농도는 92퍼센트로 떨어져 있었다. 폐 청진상 우측 폐음이 현저히 감소해 있었고 만질 때 흉통이 조금 있었다. 흉부 엑스선 검사상 우측 폐의 기흉(늑막강 안에 공기가 차는 것)으로 진단 받았고 즉시 병원에 입원해서 공기를 제거시키는 시술을 받았다. 흉부 CT 검사 결과 양쪽 폐에 심한 만성 폐기종이 있었고 큰 수포가 보여서 수포 제거 수술을 받았다.
흉벽과 폐 사이에 있는 늑막강에는 얇은 액체 막만 있는데 어떤 원인으로 인해서 폐 안의 공기가 늑막강으로 들어가는 질환을 기흉이라고 한다. 외부의 충격 없이 저절로 생기는 기흉은 폐 질환이 없는 일차성 기흉과, 만성 폐쇄성 폐 질환 등 질환을 앓는 경우에 발병하는 이차성 기흉으로 구분된다. 일차성 기흉은 주로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사람에게 많이 생기는데 이는 키가 크면 폐포 압력이 높고 수포의 생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기흉은 외상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고 병원에서 시술 중에도 생길 수 있다.
위의 증례처럼 기흉은 흡연습관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단 기흉이 발생하면 통계적으로 5년 이내에 재발할 우려가 50퍼센트 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려면 담배를 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