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6월9일 1685호 UPDATED 2018-06-05 오후 9:45:19 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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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에제르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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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혜 박사 (아주사퍼시픽대학교 교수)

올 봄은 겨울에 넉넉히 내린 비로 꽃이 만발하였던 봄이었다. 토요일이면 산으로 들로 나가고 싶었지만 사월 초까지 마쳐야 할 일이 있어서 토요일에도 도서관에 앉아 있느라 봄을 누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드디어 사월 초에 할 일이 끝나서 한숨 돌리고 있는데 마침 어느 집사님이 샌디에고 동쪽에 있는 엔자 보레고 국립공원이 만개한 꽃들로 너무 아름다워서 멀리 산호세에 사는 아는 분도 꽃구경을 왔다고 하면서 웹사이트를 보내주셨다.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정말 사막 같은 공원에 예쁜 꽃들이 만발한 풍경이 있었다. 그러잖아도 봄나들이를 하고 싶던 참이어서 매주 함께 모여 기도하는 친구들에게 “우리 놀러가요” 하고 바람을 넣었다.

토요일 아침에 다섯 명이 함께 모여서 샌디에고로 향했다. 두 시간 반 걸리는 가깝지 않은 길이었지만 우리는 마치 소풍가던 어린 시절 처럼 깔깔대며 즐거운 마음을 나누며 갔다. 꼬불꼬불 산길을 한참 지나 선인장으로 가득한 사막 같은 곳이 우리가 도착한 국립공원이었다. 파킹장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다 무엇을 보러온 것인지 햇볕만 쨍쨍하고 기대했던 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 집사님이 안내에 가서 물어보고 오시더니 이미 2주일 전에 꽃이 다 졌다고 20분 정도 운전하고 폭포 쪽으로 가면 그 쪽에는 아직 꽃이 조금 남아 있을지 모르니까 그 쪽으로 가보라고 했단다.

떠나기 전 날 안내에 꽃이 아직도 있는지 확인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바빠서 그냥 떠난 것이 나의 실수였다. 공원 안에는 점심을 사 먹을 곳도 없어서 스낵으로 가져간 수박 조금과 과자로 일단 시장기를 달래고 폭포 쪽으로 향했다. 운전석 옆에 앉아서 길 안내를 하던 집사님이 폭포로 향하는 길을 놓쳤다고, 벌써 지나간 것 같다고 하셨다. 이제 꽃을 볼 희망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그나마 다행히도 집으로 오는 방향에 가을 단풍과 사과로 알려진 줄리안이라는 동네가 나왔다. 꽃보러 가자고 바람을 넣은 사람이 나였으니 꽃을 볼 기대를 갖고 먼 길을 갔다가 허탕친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줄리안 상가를 걸으며 꽃만 보이면 “저기 보세요, 꽃 많이 피었네” 그렇게 농담을 하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늦은 점심을 먹은 후에 그 곳에서 유명한 애플파이 집에 들려서 디저트를 먹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길가의 farm stand에 들려서 만다린도 사고, 트럭을 세워 놓고 아보카도를 파는 아저씨에게서 아보카도도 사고 그런대로 소풍간 분위기를 즐기며 돌아왔다. 동네 중국집에서 짬짜면과 짬뽕으로 저녁을 먹고 우리는 하루 나들이를 마감했다. 집에 와서 다섯 시간 이상을 운전하느라 힘드셨을 친구 목사님께 감사하다고, 꽃도 없는 먼 길을 가시게 해서 죄송했노라고 카톡으로 인사를 드렸다. 목사님은 “꽃이 아니라 함께 나들이 한 것이 좋았어요”라고 답글을 보내면서 사실 아침에 집을 떠날 때 꽃이 이미 다 졌을 거라고 생각했노라고 하셨다. 그런데도 철없이 좋아서 꽃구경 가자는 친구의 초청에 아무 말 없이 긴 시간을 운전하며 우리를 섬긴 것이었다. 그 답글을 읽으며 나는 목적을 갖고 일을 시작했더라도 목적을 이루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 한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비록 계획했던 목적을 못 이루더라도 서로에게 책임을 묻거나 비난하기보다 이해하며 그 좌절의 과정조차도 함께 웃으며 헤쳐 나갈 수 있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넉넉해질까? 계획했던 일이 뜻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교회에서도, 가정에서도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으며 이미 힘들 마음을 더 힘들게 하기 보다는 함께하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서로를 이해하며 덮어주며 나아갈 때 우리의 신앙여정은 더 주님을 닮은 모습이 될 것이다. 함께하는 기도모임 친구들이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lpyun@ap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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