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2월24일 1671호 UPDATED 2018-04-01 오후 3:26:09 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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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에제르가 되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민경엽 목사 (오렌지 카운티 나침반교회)

기원전 2세기경에 중국의 한나라의 유방과 초나라의 항우는 오창이라는 곡창지대를 놓고 서로 차지하려고 싸움을 준비하였다. 하지만 유방은 항우보다 군사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오창을 포기하고 다른 곳에 힘을 쏟으려고 하였다. 그때 유방의 책사였던 역이기라는 사람이 오창의 중요성을 논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왕의 하늘은 백성이고 백성의 하늘은 밥입니다”(王者以民爲天 而民以食爲天). 이 말은 왕에게 있어서 밥은 하늘의 하늘(天之天)이라는 뜻이다. 즉 왕이 가장 중시해야 할 일은 백성의 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밥을 못 먹여주는 왕은 왕이 아니다. 백성에게 밥을 먹여주는 그가 왕이다. 이 말을 요즘 말로 하면 빌 클린턴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전에서 구호로 삼아서 당선되게 만든 말일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다!”(It’s the Economy, Stupid!) 어딜 가나 경제가 문제다. 김일성은 북한의 주민들에게 “조금만 더 허리띠를 졸라매라. 그러면 이밥에 고기국 먹게 해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죽었고 그의 아들에 아들이 통치를 하는 지금 이 시각에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쁜 지도자다. 인류의 최후의 문제는 식량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통계를 찾아보니,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3% 정도인데 세계적으로 식량의 위기가 닥치거나 식량을 무기화한다면 우리나라가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세계의 가장 최후적 문제는 밥 문제이다. 누가 백성을 굶기지 않고 잘 먹고 잘 살게 해줄 수 있는가? 여기에 모든 관심의 초점이 있는 것이다.

사복음서에 모두 나오는 유일한 기적이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이다. 예수님이 이 기적을 일으키실 때 대부분의 하류층 사람들은 늘 허기진 삶을 살았다. 배터지게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다. 세례 요한과 같은 사람이 악한 왕 헤롯에 의해 참수당하는 기막힌 사건 때문에 영적으로도 굶주릴 수밖에 없었겠지만 육신적으로도 배고픈 삶은 일상화되었던 것 같다. 하긴 우리나라도 5천년 역사 속에 식량의 문제가 해결된 것이 불과 50년이지 않는가. 마가는 오병이어 기적의 결과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다 배불리 먹고”(막6:42). 예수께서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만큼 배불리 먹게 하셨다. 게다가 열두 광주리가 가득 차게 남길 정도였다. 예수께서 기적을 베풀지 않으셨다면 그들은 그 빈들에서 굶주린 채 잠들어 긴긴밤을 지새워야 했을 사람들이었다. 벳새다 광야의 빈들 푸른 잔디에서 오십 명씩 백 명씩 둘러앉아서 배불리 먹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이보다 더 즐겁고 풍요로운 자리가 어디에 있겠는가? 사복음서가 각각 이 오병이어의 기적을 다른 관점에서 기록하고 있는데 유독 마가는 제자들의 사도적 책임을 강조한다. 마가복음에서 사도라는 단어로 제자의 신분이 소개된 것이 여기뿐이다(막6:30). 마가는 가장 분명하게 제자들에게 사도로서의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였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또한 마가는 이 문제의 해결방식에도 관심을 보인다. “너희에게 떡 몇 개나 있는지 가서 보라.” 여기서 마가가 절절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도적 책임과 순종 여부이다. 예수님이 무리를 불쌍히 여기셨던 만큼 무리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려는 마음이 있는가? 그리고 작은 능력일지라도 예수님께 드려서 쓰임 받게 하고자 하는 태도가 있는가?

1955년 미국의 오레곤 포틀랜드의 한 농촌 마을의 마을회관에 이동식 극장이 설치되었다. 그날 밤 그곳에서는 6.25동란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다. 그 영화를 본 평범한 한 농부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이미 여섯 자녀의 부모다. 하지만 한국전으로 인해 2백만 명이 죽고 고아가 굶주린다는 다큐멘터리를 본 부부는 집에 돌아오는 내내 입양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 그래서 밤이 깊도록 대화하고 기도한 부부는 입양하기를 결단하고 자기들의 땅 절반을 팔아서 한국의 고아 8명을 입양하였다. 이런 사연이 알려져서 동네에서 감동을 받은 이들이 4명의 한국 고아를 키우겠다고 나서서 1955년 10월 12명의 버려진 아기들이 미국 땅을 밟았다. 그렇게 시작된 입양운동이 점점 커졌다. 다시 자기들이 가진 나머지 땅의 절반을 팔아 입양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다가 나머지 모든 땅을 팔아 한국의 경기도 일산에 들어와 입양전문기관을 세웠다. 그것이 홀트 아동복지회관이다. 남편 해리 홀트는 1964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매리엇 홀트 여사가 2000년 96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홀트 아동복지회관을 통해 입양된 아동은 20만 명이 넘었다. 이들은 고아들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고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하였다. 한 개인이나 교회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떠안을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하지만 각자가 할 수 있는 선한 일을 작게라도 시작할 때 세상은 변화될 것이다. 오늘도 갈릴리 벳새다 빈들에서 제자들에게 명령하셨던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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