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6월9일 1685호 UPDATED 2018-06-05 오후 9:45:19 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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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에제르가 되다
경건은 모양인가? 능력인가?
김재열 목사 (뉴욕 센트럴교회)

오랜 전에 목회 연장 교육차 LA에 머물렀을 때였다. 목사들 몇 명이 한 숙소에서 수요일을 맞았다. 교회를 떠나 타지에 와 있지만 수요일 밤 기도회를 거를 수는 없었다. 일행은 의논 끝에 척 스미스 목사가 담임하는 갈보리교회에 가기로 했다.

스미스 목사는 히피들의 대부로 알려졌다. 히피들은 맨발과 장발족 차림으로 당시의 월남전쟁을 반대하는 반전운동을 하면서 집시들처럼 떼를 지어 반도덕적인 떠돌이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 그룹이었다. 스미스 목사는 히피들에게 직설적인 회개를 촉구해서 총격을 당하는 바람에 설교단에 방탄유리를 설치했다는 루머까지 돌 정도로 유명했었다. 우리 목사 일행은 하나같이 유니폼처럼 정장차림으로 숙소를 나섰다. 성경책마저도 교회당에 꽂혀 있는 영어성경을 본다며 맨손으로 갔다. 집회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다. 교회당 구석구석을 돌아볼 셈이었다. 그런데 웬걸... 코스타 메샤 교회당 문에 들어섰을 때 눈길이 닫는 곳마다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놀라운 것은 그냥 서성거림이 아니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열정적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어깨동무하며 두 사람씩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젊은이들로 온통 뜰이 가득 찼다. 로비에서도... 작은 교실에서도 그룹 그룹들이 모여서 진지하게 기도에 몰입하고 있었다. 오직 구경온 우리 한인 목사들 외에는... 어느 누구도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은 없었다. 집회시간에 맞춰서 본당에 자리를 했다. 멕시코 풍의 수수한 단층 예배당은 대략 천 명 정도가 모였다. 집회는 2명의 기타 인도자의 찬양으로 시작되었다. 전혀 요란하지 않았다. 조용했지만 진지하게 손을 들고 열정적으로 찬양했다. 영어 찬양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 일행들만 조용했다.

설교시간이 되었을 때 스미스 목사 대신에 젊은 목사가 등단했다. 스미스 목사를 보지 못해서 실망이 되었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설교하러 나온 젊은 목사의 캐주얼 복장이 눈에 거슬렸다. 무심코 회중석을 둘러보는데 하나같이 모두가 캐주얼 복장들이었다. 오직 우리 일행 4사람만이 양복에 넥타이 차림이었다. 무더운 8월에... 우리는 이방인의 표를 확실하게 내고 있었다. 설교는 성경강해로 이어갔다. 본당 의자엔 책꽂이도 성경도 없었다. 회중들은 모두가 자기 성경책을 들고 있었다. 성경을 찾으라는 지시가 있을 때마다 일제히 책장 넘기는 소리들이 마치 파도 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본문을 읽을 땐 언더라인을 해가면서 경청하고 있었다. 강해는 한 시간 정도로 길었는데 모두들 말씀 듣는 일에 푸~우~욱 빠져 있었다. 그 진지함 속에서 맨손으로 정장만 지키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성경도 없이 양복만 갖춰 입고 집회에 나온 목사가 경건하냐? 청바지와 티셔츠를 걸쳤으나 성경에 언더라인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경건하냐? 참으로 ‘무엇이 중헌디?’ 어느 것이 본질이고 어느 것이 비 본질인가? 나는 그날 본질과 비본질이 바뀐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었다. 그 날 이후에 본질과 비본질의 뒤틀림에 관해서 많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외모에 치우친다. 속보다는 겉이 화려할 때 주님은 ‘회칠한 무덤’이라고 하셨다. 겉과 속이 다를 때에 ‘표리부동’이라고 한다. 그러나 속과 겉이 동일할 때는 ‘진실무망’하다고 한다. 경건은 모양보다는 능력이 앞서야 하지만 그 능력도 진실한 포장으로 잘 감쌀 때에 더욱 고품격이 된다. 이제 시작된 사순절 기간에 모양만 내지 말고 주님의 능력으로 흡족하게 채움 받는 경건의 시간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여호와께서...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삼상16:7).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니 이같은 자들에게서 네가 돌아서라”(딤후3:5). jykim4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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