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로 땅을 차지한 이삭

온유로 땅을 차지한 이삭

이희녕 사모 (뉴저지복음장로교회)

부유하게 과잉보호 속에 살아 유약한 이삭입니다. 부모사후 성인아이인 자신이 리더를 하자니 역부족이라 어려움을 만나면 언제나 싸우지 않고 떠납니다. 그런데 위태로울 때마다 하나님은 스스로 있는 힘 다해 대처한 것보다 화를 복으로 바꾸어 삶의 지경을 기막히게 넓혀주셨습니다. 그는 물려받은 상속자 자리 외엔 내놓을만한 리더의 능력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강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족장인데 늘 양보만 해 물러나고, 생명의 위협이 오니 아버지 아브라함처럼 아내를 방패삼아 자기 생명을 구하려 하고…. 든든한 남자다운 매력이라곤 별로 보이질 않습니다.

반면에 능동적인 리브가가 이런 꽁생원 이삭과 사는 것이 사사건건 얼마나 숨통이 막혔을까? 야곱이 약속받은 자녀인 것을 알았을 때 어째서 남편에게 그 사실을 상기시키지 못하고 아들을 부추겨 공모해 거짓말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로 두 사이에 대화가 단절된 상태였는지? 생각해봅니다. 노모를 잃고 만난 아내 리브가가 그저 자기만 위해 받치던 노모 사라 같았을까? 꽁생원 남편이 매사에 답답하니 결혼초기에는 이런 저런 싫은 잔소리께나 해댔을 것입니다. 아브라함 집안의 지존하신 왕자님에게 그 누가 조금이라도 싫은 소릴 했겠습니까? 어느 누구의 예기도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픈 대로 하는 것이 이삭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말없이 고집대로 살아가는 이삭과 하고픈 게 있으면 적당히 둘러대서 자기 식으로 살던 리브가… 도무지 서로 간에 대화도 신뢰도 없는 남남만도 못한 부부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답답한 꽁생원 남편과 구태여 말을 꺼내 싸우느니 그렇게 피해가며 사는 것이 굳어 겉으로는 순종하는 아내 같습니다. 이삭도 아내가 조용하니 잘 순종하는 것으로 여기고 아내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조차도 잊고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리브가가 생각하듯 이삭은 꽁생원 멍청이였나요? 아버지가 제물로 자신을 꽁꽁 묶어 나무단위에 올려놓고 죽이려 할 때도 하나님은 자기 생명의 위협에도 반항치 않고 온전히 순복했습니다. 죽음의 생사기로에서 양을 준비하신 하나님을 굳게 믿는 가운데 다른 이들은 미련으로 보았어도 하나님은 자신을 믿어주고 전적으로 의지하는 믿음으로 받아주시어 모든 닥치는 환난을 복의 기회들로 바꿔주시고 물질의 축복도 넘치게 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위하시면 누가 저를 넘어뜨리리리요. 잘난 채하고 나서다가 가족 간에 불화를 일으키고 자식에게도 남편에게도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복을 화로 바꾼 리브가보다 하나님을 의지하여 화를 복으로 바꾸어 유약한 이삭이 온 가족을 안전히 보호하고 먹여 살리지 않았는가 말입니다.

이삭은 나름대로 믿음의 사람, 전폭적으로 베풀어주시는 은혜를 입고 먹고 산, 하나님의 사랑을 물씬 부모 사랑만큼이나 받은 사람입니다. 비록 자기에게 부족한 남성미 때문에 에서를 편애하게 되었는지도 몰라도 결국 그도 하나님의 약속보다 편애 쪽으로 기우는 바람에 아내와 아들을 거짓말하도록 몰고 사랑하는 큰 아들은 부스라기 축복밖에 주지 못했으니 완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찌 살아도 마음의 중심이 믿음을 벗어나면 언제나 죄와 실수로 가득 찬 인생입니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리브가가 자기생각에는 잘한다고 목숨을 걸고 애쓴 것이 결과적으로 사랑하는 이들의 삶을 갈래갈래 찢어 놓은 것이라면 과연 누구를 위해 종을 울렸을까요?

아직도 온전히 주님께 맡기지 못하고 문제들이 터지면 내가 나서서 머리 싸매고 고민하며 해결하려는 메시야 컴플렉스가 내 안에 큰 복병으로 숨어 있습니다. 저의 자리는 남편이 가장의 역할을 해내도록 적절히 돕는 자리인 것을 허다한 실수를 통해 뼈아프게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연약하여 넘어지기를 밥먹듯 하고 삶을 책임지시는 주님을 온전히 의뢰하지 못함을 깊이 회개합니다.

이제 저의 모든 급한 마음으로 굴러가는 알량한 모든 소견들을 사로잡아 주님 앞에 내려놓고 마음도, 생각도, 내려놓고 깊이 회개하는 맘으로 온유한 마음으로 나의 마음을 녹이고 차지한 남편의 인내를 존경하며 따르려고 순복합니다. 온유한 남편이 이 땅에서 제게 주어진 최고의 분복입니다. 허락하신 복을 깊이 누리리라 결단합니다. 이메일 : heenlee5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