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 호의적인 황제 - (1) 콘스탄티누스 황제

기독교에 호의적인 황제 - (1) 콘스탄티누스 황제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콘스탄틴(Constantinus 272-337)은 기독교를 처음으로 공인한 로마의 황제다. 그는 기독교인들을 무자비하게 핍박했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Diocletianus245-305)의 후임으로 기독교에 대한 핍박을 멈추게 했다. 그는 폰테 밀비오(Ponte Milvio) 해전에서 막센티우스를 물리친 후 313년에 밀라노 칙령을 공포하여 기독교를 처음으로 공인했다. 그는 이 전투에서 하나님의 큰 은혜를 입었다고 한다. 즉 로마를 수비하는 막센티우스는 18만의 병사를 수하에 두고 있었지만 자신은 5만의 병사가 있었기에 한 마디로 중과부적이었다. 그런데 전쟁에 앞서 고민하는 그에게 하나님은 꿈을 통하여 말씀하셨다고 한다.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헬라어 글자 문양을 보여주시고 그 글자로 기를 만들어 전투에 임하라고 하셨다. 이튿날 그대로 한 결과 예상을 뒤엎고 전투에서 승리했고 그것을 주님의 도우심으로 믿어 기독교에 대한 핍박을 멈추게 했다.

그의 가족사를 보면 콘스탄틴의 아버지인 콘스탄티누스는 막시미아누스황제(공동황제)의 근위대장으로 있다가 그의 양 아들이 되어(293,3,1) 부제로 올라간 사람이다. 그런데 그의 아내 헬레나는 본래 귀족이 아닌 여관주인의 딸 출신이었다. 하급 병사 신분이었을 때 결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제가 된 정황에서 그것은 큰 약점이었다. 우리는 이런 신파극 같은 상황을 종종 대하게 된다. 즉 고시 공부를 위해 산에 들어간 청년이 외로움 때문에 시골 아가씨를 사귀게 되고 청년은 아가씨의 지극한 정성 때문에 결국 사시에 합격했다. 그것은 큰 기쁨이었지만 그 기쁨은 아가씨에게 태풍이 불어 닥치게 되는 전조임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신분이라는 것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스펙은 무시할 수 없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역시 아버지 콘스탄티누스는 조강지처 헬레나와 이혼(292)하고 황제 막시미누스의 딸 데오도라와 결혼했다. 이 일에 대하여 헬레나의 아들 콘스탄틴은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는지 후일에 계모 데오도라와의 사이에서 낳은 이복동생들을 대부분 처형해 버렸다,

그 후 아버지 콘스탄티누수가 죽자, 부하들의 강권에 의해 아버지를 이은 공동 황제에 올랐고 후에 추인을 받았다. 콘스탄틴 역시 아버지처럼 아내와 이혼하고 가문 좋은 파우스타와 결혼(307)했다. 파우스타는 황제 막시미누스의 딸이요, 후에 콘스탄틴과 싸워 패한 막센티우스의 동생이었다. 콘스탄틴에게는 첫째 부인 미네르바나와의 사이에서 낳은 뛰어난 아들 크리스푸스가 있었다.

그는 아버지가 정적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큰 공을 세웠던 공신이요, 믿음직한 아들이었다. 콘스탄틴은 이 믿음직한 아들을 일찍부터 후계자로 삼아 부제(Caesar)로 임명하여 황제가 되는 수순을 밟게 했다. 또한 갈리아 사령관으로 보내 더 큰 경험을 쌓도록 배려했다.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안개처럼 피어오르게 되었는데 그것은 의붓어머니 파우스타와 콘스탄티누스의 장자 크리스푸스와의 불륜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가당치 않은 소문으로 치부할 수 있었으나 당시 정략적인 결혼으로 아내와 나이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날 개연성은 있었다. 그러나 콘스탄티누스와 아내 파우스타와의 관계는 매우 좋았다.

두 사람 사이에 육남매나 두었고, 콘스탄티누스의 친정 식구들(막센티우스)과 불화할 때 언제나 남편 쪽에 서서 친정을 대항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가당치 않은 불륜의 소문으로 황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문에 대한 보고를 받은 콘스탄틴 황제는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꼈던지 전선에 나가있는 사령관 아들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지도 않고 독약을 마시게 해버렸다. 또한 헬레나는 며느리 파우스타가 욕조에 들어갔을 때 물 온도를 높여 질식사 당하도록 했다. 한 달 사이에 콘스탄틴의 수족으로 헌신했던 두 사람이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요즈음이라면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검증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 불륜의 사건에 대해 후대 역사가들은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즉 콘스탄티누스의 총애를 입고 있고 자식을 육남매나 둔 실질적 파워가 있는 아내 파우스타가 자신의 열살 된 아들을 후계자로 삼기 위해 거짓으로 소문을 퍼뜨렸다고 말이다. 전처의 아들을 후계자의 자리에서 밀려나게 하려고.... 마치도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을 유혹하고 뜻대로 되지 않자 성추행으로 덮어 씌웠던 것처럼. 그 후 헬레나가 자초지종을 밝혀냈고 손자에게 누명을 씌워 죽게 만든 며느리 파우스타를 죽게 했다고 한다. 이 설이 많은 역사가들에게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일! 아무튼 이런 일로 사랑하는 아내와 믿음직한 아들을 한꺼번에 죽게 만든 콘스탄틴 황제가 냉정을 되찾게 되었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까 싶다. 더구나 자신이 질투로 죽인 아들에게는 귀여운 손자까지 있었는데 말이다. 손자의 사랑은 할아버지라고 한다. 그 귀여운 손자가 방실방실 웃으며 할아버지를 찾을 때 얼마나 큰 후회가 그를 힘들게 했을까?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이고 후에 냉정을 되찾게 되었을 때 후회를 곱씹을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콘스탄틴은 이런 일로 수도 로마에 대해 정나미가 떨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저 멀리 콘스탄티노플로 수도를 옮겨버렸고 다시는 로마를 찾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런 후회스런 마음 때문인지 세례 받는 일을 계속 미루다가 죽기 전(337)에 겨우 받았다. 한 가지 첨가할 것은 아내 파우스타는 콘스탄틴과 결혼한 후에 자신의 살던 저택, 라테란 성당 부지를 당시의 감독 실베스트로 1세에게 헌납했다. 콘스탄틴은 이곳에서 북 아프리카에서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는 도나투스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 1차 세계 공의회를 개최했다. 이런 일은 아내와 아들을 죽였다는 죄책감을 속죄 받으려는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세례 받았던 세례통이 그의 기념관 중앙에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참고 또 참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